개발과 보존에 대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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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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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정 제주대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개발과 환경 보존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이뤄져 왔다. 최근 제주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발론자들은 적극적으로 지역을 개발하고 산업을 유치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발반대론자들은 개발에 따른 환경 훼손의 위험과 개발업체의 이익 독점을 거론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를 들어보면 한쪽이 양보하지 않은 이상 평행선을 달리거나 대결 구도로 진행될 것이다.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더라도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하거나 기존 입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자신의 입지를 난처하게 될 경우에는 해결이 쉽지 않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인 경우에는 행정적 신뢰와 정치인의 운명이 달려있어 결정 사항을 되돌리기가 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대의기구를 통한 표 대결이나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증상이 잠재적으로 완화될 뿐이다.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논점의 차이가 무엇인지, 왜 이러한 관점을 갖게 됐는지에 대한 가정과 전제를 살펴봐야 한다.

만약 전제와 가정이 잘못됐다면 이를 수정하거나 타파함으로써 해결안을 도출하는 것이 용이하다.

하지만 전제와 가정 상의 잘못이 없거나 주장이 상충하는 경우에는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양쪽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령 개발론자들은 제주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대규모 리조트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환경론자들은 대규모 리조트 개발에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가 따른다고 하자.

이 둘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대규모의 리조트 개발이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나가사키의 하우스텐보스와 같은 교육적이고 친환경적인 리조트를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개발과 환경 훼손에 대한 찬반 논란은 분명히 발생할 것이다. 왜냐하면 환경 훼손의 범위와 정도에 대한 각자의 인식이 서로 다르고 이들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2공항의 건설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문제의 핵심은 환경 영향 및 입지 타당성 평가가 객관적으로 수행됐는가에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제2공항의 성격과 필요성, 대안 및 절차에 대한 인식적 차원의 이해 부족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2공항은 순수한 민간 전용의 공항인지, 현재 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에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정석비행장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장기적으로 해저터널의 가능성은 없는지, 두 개의 공항을 운영하는 경우에 제2공항의 수요는 충분한지, 그렇지 않을 경우 제주국제공항을 폐쇄하고 제2공항 하나만으로 운영할 것인지, 토지를 제공한 사람에게는 어떤 보상과 인센티브를 주는지 등에 대한 토론이나 공청회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었을 것이다.

최종적으로 건설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2개 정도의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고 각 대안에 대한 장단점과 투입 예산 등을 검토해 해당 지역 주민의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더라면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논쟁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제주에서의 대규모 지역 개발은 주로 산업단지의 조성과 자본의 논리에 입각해 개발업체가 중심이 돼 진행돼 왔다.

제주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소유했던 토지를 자의든 타의든 내놓았지만, 개발에 따른 혜택은커녕 토지가의 상승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항공 운송의 한계에 따른 제2공항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토지가 수용되는 소유주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토지를 강제적으로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모두 만족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어렵더라도 객관적 자료 제시를 통해 이해의 폭을 좁히려는 노력은 지속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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