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 나온 자치경찰제…과제 ‘산적’
밑그림 나온 자치경찰제…과제 ‘산적’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8.11.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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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찰-자치경찰 간 업무 혼선 등 마찰 우려
자치경찰법 제정 시 제주특별법 개정도 불가피
지사 권한 비대 대비한 권력 분산 방안도 필요

내년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정부의 국정과제인 자치경찰제가 단계별로 도입되는 가운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업무 혼선 등 다양한 과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주의 경우 도지사의 권한이 비대해질 수밖에 없어 권력 분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3일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발표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에 따르면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 등 민생 치안과 밀접한 사건은 자치경찰이, 광역범죄와 일반 형사사건 등은 국가경찰이 수사권을 갖는다.

문제는 동일한 피의자가 여러 유형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해당 사건을 어느 기관이 맡을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13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정책 토론회’에서 이진국 아주대 교수는 “성폭력은 자치경찰에서 맡지만 해당 피의자로부터 절도, 강도 등 다른 범죄 혐의가 포착될 경우 사건 이관을 두고 국가경찰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해당 사건이 어떤 경찰의 사무인지를 결정하는 주체가 바로 경찰 자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업무 중복도 과제로 꼽히고 있다.

국가경찰 소속의 지구대와 파출소를 자치경찰로 이관하고, 국가경찰에 별도의 ‘지역순찰대’를 두는 것은 경찰력과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업무 떠넘기기를 방지하기 위해 112상황실을 합동 근무로 전환키로 했지만 사건 접수 당시의 상황만으로 담당 기관을 나눌 경우 범죄의 정도에 따라 재차 사건을 분류해 이관해야 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도내 경찰 관계자는 “자치경찰과의 업무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는 112상황실도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법 제·개정도 난관이다.

제주도는 현재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자치경찰제를 운영하고 있어 별도의 자치경찰법을 제정해 자치경찰제를 시행할 경우 특별법 개정은 불가피하다.

또 경찰 수사를 국가 사무로 분류하고 있는 지방자치법도 수정해야 자치경찰의 수사가 합법화될 수 있는 등 관련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제주도지사의 권력 집중화도 우려되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시·도에는 ‘자치경찰본부’가 시·군·구에는 ‘자치경찰대’가 신설되며, 각 본부장과 대장은 시·도지사가 임명한다.

이에 대해 일부 지역에서는 시·도지사의 권한 비대화를 막기 위해 자치경찰대장의 임명권을 해당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제주의 경우 양 행정시 모두 도지사가 임명하고 있어 사실상 지사에게 권한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외에도 자치경찰이 지방직으로 전환될 경우 지자체별 재정 불균형으로 인해 지역별로 예산 및 장비 규모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처우 격차, 경찰 선발과정 변경, 자치경찰 청사 부지 확보 및 건설 등의 세부 과제도 산적해 있다.

자치분권위원회 관계자는 “112상황실 합동 근무는 현장의 혼선을 방지하고 두 기관간 정보 공유 등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자치경찰교부세를 신설해 자치경찰의 지역별 격차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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