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림추색(橘林秋色)과 억새꽃 비경
귤림추색(橘林秋色)과 억새꽃 비경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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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오 수필가/제주문화원장

황금빛이 넘실거리는 들판, 황금의 연휴인파로 넘실거리는 한라산, 대풍과 연휴가 멋있게 조화를 이루어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넘쳐흐르고 있으니 좋은 계절이다.

역시 제주가을 관광은 풍년가가 있고서야 제 맛이 나고 제격이다.

더구나 올해와 같이 연휴가 끼면서 가을 관광시즌업이 되고 보면 제주 가을관광은 만사형통인 듯 연휴동안 제주에 여행 온 모든 사람들이 제주가을 맛과 멋을 만끽하길 바라고 싶다.

계절 따라 관광시즌업이 될 때마다 그 계절에 따른 비경이 뭣이냐고 관광객으로부터 질문을 받는데 예를 들어 제주 가을 비경은?’ 이럴 때는 좀 당황할 수밖에.

제주 절경하면 영주십경을 소개하는데 계절 따라 별개의 비경을 소개해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영주십경 중에 녹담만설(鹿潭晚雪)이니 귤림추색(橘林秋色)이니 하는 계절적 비경도 있지만 계절적 비경으로는 그 수가 너무 작다.

계절 따라 변화무쌍한 한라산에 계절에 따른 비경이 한 두가지가 아니겠지만 관광 안내원의 입에서 계절에 따른 다양한 비경이 쉽게 안 나오는 것은 계절 감각이 둔한 탓인지 아니면 관광선전이 잘 안된 탓인지, 여하튼간에 제주의 아름다움을 계절적으로 자랑하는데 좀 익숙지 않은 듯하다.

요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계절에 따라 여행하는 습성이 생겼다. 봄이면 진해 벚꽃놀이, 가을이면 설악산 단풍구경 등 계절에 따른 비경을 감상하러 여행을 떠난다.

제주는 사시사철 모두 구경거리가 너무 많으니 별나게 계절에 따라 특색을 선전할 필요가 없어서인지 계절을 크게 부각 시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요즘 계절에 따라 크게 돋보이는 경관을 클로즈업시킬 필요가 있겠다.

때는 가을이고 제주가을 비경부터 생각해보면 역시 귤림추색(橘林秋色)을 으뜸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

중종(中宗) 때 형조판서를 지낸 김정(金淨)이 제주에 이배(移配)돼 와 귀양살이를 하면서 제주 풍토록을 썼는데 이 속에 제주 귤에 대한 기록이 많이 담겨져 있다. 9월에 익는다는 금귤, 10월 그믐에 익는 유감, 동정귤, 기타 산귤, 감자, 유자, 당유자, 왜귤, 청귤 9개 품종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중 청귤에 대한 설명이 매우 흥미롭다. ‘청귤은 가을과 겨울에는 극히 시어서 먹을 수 없고 겨울이 지나고 2,3월에 이르러도 시기는 하나 단맛이 알맞고 5,6월에는 묵은 열매는 누렇게 무르익고 새 열매는 어리어 푸르나 함께 달려 있어서 참으로 비할 데 없이 기이하다. 이 때에 이르면 그 맛은 꿀과 초를 합한 것 같다. 7월에 이르면 열매 속의 씨가 모두 물로 화하고 그 맛이 또한 달다. 품질에서는 삼품(三品)이라 하나 맛이 아주 좋으므로 나로서는 이것을 제일 품이라 하겠다.’고 쓰면서 청귤의 맛을 칭송하고 있다.

460여 년 전의 다양하고 신기한 제주 귤에 대한 기록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9월에서부터 다음 해 7월에 이르기까지 열매가 달리는 다양한 품종들이 있었고 그 맛 또한 꿀 같다고 하니 신기하다 아니할 수 없다. 물론 그 당시의 맛과 지금 우리들이 느끼는 맛과는 다르겠지만 옛 제주 귤을 개발한다면 특유의 맛이 있는 품종이 생겨날 듯하다.

다음으로 한라산 허리를 안고 펼쳐진 억새꽃 역시 경관 중의 경관이다. ‘한라산 가을 억새꽃 놀이라는 말을 만들어 봄직도 하다.

아흔 아홉 계곡 단풍구경또한 흥취를 돋군다. 서귀포 앞 바 다에 있는 섶섬 단풍을 배를 타고 감상하는 멋 또한 일품이니 해상 단풍놀이라 해보면 풍류객들이 많이 몰려들 듯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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