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남북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감귤과 한라산이 주요 발원지다.
지난 11‧12일 제주감귤 200t이 북한으로 전달됐다. 청와대가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에 선물한 송이버섯 2t에 대한 답례로 감귤을 보냈다.
2010년 5‧24 조치로 막혔던 남북교류의 물꼬가 제주감귤에 의해 8년 만에 트였다.
제주감귤은 1998년부터 북측으로 보내지면서 ‘비타민C 외교’를 주도했다.
감귤의 바통을 이어 한라산이 남북 평화시대의 보루로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 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백록담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북악산 산행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한 터라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백두에서 한라까지란 말도 있으니”란 언급도 잊지 않았다.
평양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백두산 정상을 찾을 때도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는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한라산 물을 갖고 가 백두산 천지 물과 합수하는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한라산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시 두 정상이 백록담에서 ‘한라에서 백두까지’ 하나 되는 의식을 거행한다면 전 세계의 이목이 제주로 향할 것이다.
남북관계에 변수와 장애가 많겠지만 남과 북이 평화체제로 향하는 역사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현대사 최대 비극인 4‧3의 아픔을 딛고 화해‧상생을 지향하며 감귤과 한라산을 통해 한반도 통일‧번영의 관문을 열어젖히고 있는 제주는 단연 평화의 구심점으로 손색이 없다.
세계 평화의 섬, 제주의 빅 픽처(Big Picture)를 그릴 때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