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의 키스보다 더 달콤한 커피
천 번의 키스보다 더 달콤한 커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1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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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아름다우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프랑스의 정치가이며 작가인 탈레랑의 말이다. 독일의 음악가 바흐는 커피 칸타타로 알려진 칸타타BWV211의 아리아에서 천 번의 키스보다 더 달콤하다며 커피를 찬미했다.

이같이 커피는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음료로 자리 잡았다. 기원전 5~6세기쯤 지금의 에티오피아로 알려진 고대 아비시니아고원의 카파(Kaffa)’에서 처음 발견된 커피는 홍해를 건너 예멘에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상업적인 재배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1536년쯤 예멘을 점령한 오스만 제국은 커피나무가 높은 소득을 가져다주는 작물임을 간파하고 커피를 주요 수출품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해외로 커피 종자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온 힘을 기울인다. 그렇게만 됐으면 커피는 거기서 끝이 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반복을 통해서 끊임없이 발전한다고 했던 토인비 박사의 말처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인도의 무슬림 수도사 바바부단이 그 주인공인데 그는 1600년쯤 오스만 제국의 무시무시한 감시의 눈길을 피해 위험을 무릅쓰고 커피 씨앗 7개를 자신의 배에 끈으로 동여맨 후 반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인도 남부지방 마이소르(Mysore) 산악지대에 처음으로 커피를 경작한다. 커피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1616년쯤에는 네덜란드 사람이 아덴(Aden)에서 커피나무를 실어 날랐고 그 나무의 후손으로 1658년부터 실론(Ceylon·스리랑카)에서 커피 재배를 시작했으며 1699년에 인도의 말라바르(Malabar)에서 자바(Java)로 커피나무를 이식하게 된다. 그 후 수마트라, 셀레베스, 티모르, 발리 등 동인도제도의 섬 지역에서도 커피 재배가 이어지게 된다.

최근 자국의 내전을 피해 제주에 들어온 난민으로 인해 우리에게 알려진 예멘은 그 당시 세계적인 커피의 핫 플레이스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등장한 것은 근대 개항기(1876)를 전후한 시기로 문호가 개방되면서 조선을 찾은 선교사와 외교관들에 의해 전파됐다.

숭의여자대학교 김순하 교수의 한국 커피 시장의 발전과정에 관한 문헌적 연구에 따르면 통상휘편(通商彙編·일본 외무성이 편찬한 영사보고를 모아 놓은 책자)에는 18838월 조선국 인천항 수출입일람표에 수입 외국산 물품 품목 중에 커피란 항목이 들어있었으며 개항기의 조선을 묘사한 기록에도 커피와 관련된 내용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인으로서 일본 주일대표로 활동했던 퍼시벌 로웰은 넉 달 동안 조선에 머물면서 겪었던 그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겨 놓은 책에서 어느 날 도() 행정관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 -중략- 일행은 다시 별장 위로 올라가 조선의 최신 유행품이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베란다에 앉아 있는데 어부들의 얼음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라고 커피에 관한 내용을 적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일반적으로 아관파천(1896) 당시 고종 황제가 처음 마심으로써 비롯된 일이라고 했지만 여러 가지 문헌적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 최초의 커피는 그보다 10여 년 전이나 훨씬 이전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고종이 러시아 베베르 공사의 처형인 독일계 손탁 여사에게 커피를 대접받았던 게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커피를 처음 마셨다는 기록으로 본다. 고종은 그 후 환궁 후에도 덕수궁 내에 정관헌이라는 서양식 집을 짓고 그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비슷한 시기에 양반가에도 커피가 파급됐는데, 서민들 사이에서 커피는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양탕국이라고 불렸다.

1902년에 서울 중구 정동에 손탁 호텔이 생겼고 이곳에서 손님들에게 눈처럼 희다고 해서 설고(雪糕)’라고 불린 카스텔라와 함께 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서양의 식문화가 시작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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