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도전정신...'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일구다
불굴의 도전정신...'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일구다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8.11.11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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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생각하는 정원' 성범영 원장
황무지 개간-나무 조성 50년 외길 인생...'상전벽해' 이뤄
창조, 예술, 철학, 제주다움 담아낸 힐링의 정원 완성시켜
성범영 생각하는 정원 원장이 정성스럽게 나무를 다듬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나무에서 어릴 적 꿈을 품고 인생의 철학을 일깨운 농부, 제주에서 모진 역경을 딛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소재 생각하는 정원을 만든 성범영 원장(81). 그는 제주의 한 농촌 지역에 버려진 척박한 땅을 반세기 넘게 일구면서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낸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나무로부터 시작해 나무로부터 끝을 맺는다는 그의 결실 속에는 외지인이라는 편견과 분재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을 이겨낸 불굴의 의지와 창조정신이 녹아 스며들어 있다.

어느덧 이주 제주인으로 관광산업과 제주의 미래를 걱정하는 성 원장. “지구촌 세계인 모두에게 생각하는 정원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오늘도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정원에서 땀과 정성을 쏟고 있다.

 

나무에서 꿈을 품다

성 원장에게 제주는 2의 고향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자란 그는 고향 산천에 만발한 살구와 벚꽃 등의 나무들이 너무 좋았고, 그 속에서 꿈과 희망의 싹을 틔웠다. 하지만 해방과 6·25 전쟁 등으로 인한 생활고는 청년 때까지 이어져 힘겨운 성장기를 보내야만 했다.

서울 고교 시절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군대에 자진 입대한 청년 성범영은 제주 출신 동기를 만나 제대 직후인 1963년 제주를 찾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시 제주의 푸르른 나무들과 돌담, 오름 등 천혜의 자연 풍광은 잠을 잘 수 없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었고, 그에게 제주에서 살면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도전으로 이어졌다.

서울에서 노점 옷 장사를 하던 그는 제주에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24시간 영업 등의 고된 노력 끝에 마침내 저지리 일대에 1500평 정도의 땅을 장만하게 된 20대 청년 성범영은 1968년부터 제주에 정착, 본격적인 나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성범영 생각하는 정원 원장.

반세기 황무지를 일구다

가시덤불과 돌로 우거진 황무지를 개간하는 일은 뜻대로 쉽지 않았다. 전기와 수도도 없고 비포장에 막다른 길 등 당시 주변 여건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주변에서 외지인이 와서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조롱까지 들으면서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꿈을 꺾을 수는 없었다.

아침부터 새벽녘까지 한 땀 한 땀정성을 들여 돌을 캐고 덤불을 제거하는 데만 몇 년의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어느덧 돌밭은 관엽식물과 분재를 키우는 농장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고, 이어 꿈에 그리던 정원을 만드는 도전에 나섰다.

설계도면도 없이 정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지만 제주다움을 담아낸 정원을 구상하면서 차근차근 시작했다. 바람 많은 기후 여건을 고려해 현무암 돌담을 쌓고 15t의 흙을 운반하면서 아름다운 오름까지 만들었다.

정성껏 돌보며 자식처럼 키운 분재 나무들까지 3년 이상의 준비 기간 끝에 1992분재예술원이 탄생했다. 제주 정착 25년 만에 이뤄낸 황무지의 상전벽해그 자체였다.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아직 미완성 정원으로 문을 연 분재예술원은 개원하자마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5년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찾은 이후 중국 고위 관료와 학계, 중국·일본 분재 전문가 등이 잇따라 방문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제주의 특성을 조화롭게 살린 독특한 정원 구성은 물론 성 원장이 쓴 글귀에서 우러나오는 나무 철학을 높이 평가했고, 이런 점을 살려 생각하는 정원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외환위기(IMF) 한파가 휩쓴 1998년 경영난으로 정원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고립감에 빠진 정원을 지켜준 건 나무였다. 성 원장은 정원을 떠나지 않고 무일푼으로 7년간 더욱 완성도 높은 정원을 가꾸는데 묵묵히 매진했다.

그의 정성이 통하면서 자금을 지원받게 된 정원은 극적으로 기사회생됐고,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정원을 새롭게 가꾸면서 현재 36000부지에 창조예술’, ‘철학’, ‘이야기테마를 담은 완성도 높은 정원으로 거듭났다.

 

최초로 만든 생각하는 정원 정문.
최초로 만든 생각하는 정원 정문.

세계인의 정원을 만든다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신의 축복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성 원장은 제주를 우리나라 관광의 미래를 이끌 황금의 땅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100, 200년 앞을 내다보는 가장 제주도적인 관광상품 개발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최고의 것, 제주적인 것이 필요하다이를 위해서는 원형 보전이 제대로 돼야 하며, 생각하는 정원도 세계 최고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어느덧 팔순을 넘긴 나이지만 성 원장은 여전히 꿈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원 내 문화예술센터 구상을 현실화해 더욱 완성도 높은 세계 최고의 정원을 조성,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제주의 정원을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그것이다.

오직 꿈을 향한 장인정신으로 흘려온 그의 땀방울이 있기에 생각하는 정원은 어느덧 불굴의 제주인 정신과 세계인의 평화 정신을 담아낸 힐링 정원으로 나래를 펴고 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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