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막혔던 ‘한반도 평화’ 물꼬 텄다
감귤, 막혔던 ‘한반도 평화’ 물꼬 텄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11.11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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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중단 이후 8년 만에 제주감귤 평양행
‘바닷길’에서 비행기로, 제주-평양 2시간 ‘더 가까워져’
대북제재 ‘농산품’ 예외…12년 교류한 제주노하우 ‘주목’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감귤을 실은 군 수송기가 평양 순안공항을 향해 이륙하고 있다.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때 북측이 송이버섯 2톤을 선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로 평양으로 보내지는 귤은 12일까지 200톤을 수송할 계획이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청와대가 11일 북측에 제주감귤 200톤을 이틀간 군수송기를 통해 북측으로 보낸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에 선물한 송이버섯 2톤에 대한 답례라고 설명, 2010년 중단된 남북교류의 첫 물꼬를 제주감귤이 트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 바닷길로 감귤이 전달됐다면 이번엔 항공기(군수송기)를 이용해 제주-평양의 심리적 거리를 2시간으로 단축, 더욱 가까워졌다는 점과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의 대북물자 이동이다. 사실상 남북교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북측의 선물에 대한 답례라는 성격이 우선이긴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품목에 농산품은 포함되지 않아 애초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도 이같은 점을 오래전부터 강조해왔다.

여기에 제주감귤이 1998년 12월부터 명실상부 남북교류의 물꼬를 텃다는 점도 주효했다.
3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이후 여러 자치단체가 앞다퉈 남북교류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제주는 이미 1998년부터 감귤 100톤을 시작으로 12년간 무려 4만8328톤을 북측에 전달해왔고 이 과정에서 제주산 당근 1만8000톤도 함께 북쪽 땅을 밟았다. 북측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4차례에 걸쳐 제주도민 750여명을 초대, 남북간 물자교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북간 왕래’를 이어갔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 한라산 방문 가능성과 제주감귤 보내기 등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주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원희룡 지사가 도청 출입기자단과 백록담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당시인 2010년 천안함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며 급기야 민간차원의 교류협력도 전면중단 되긴 했지만 2009년엔 북측에 흑돼지 분만사 1동, 양돈 기자재 18종을 지원, 교류협력 분야를 더욱 넓혀나갔다.
또 제주지사에 취임한 원희룡 지사 역시 ‘방북 가능성’까지 언급, 남북교류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제주도의회는 제주 흑돼지 농장사업의 재개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2015년 당시 원 지사는 북한감귤보내기 사업 재개와 제주크루즈의 북한 방문을 위해 3차례나 통일부와 접촉했으나 번번이 무산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이날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농업인의 날 기념대회에서 “감귤보내기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의 모범사례가 됐던 제주감귤이 남북평화와 농업교류에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며 남북교류협력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원 지사는 또 “평양에 (흑돼지)돈사를 지어놓은 상태인데 아직은 흑돼지를 넣어놓지 못했지만, 남북교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제주흑돼지도 평야에서 번식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제주 흑돼지의 우수성과 맛을 전파하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전날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 올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대비해 답사에 나섰던 원 지사는 “어제 제주언론인들과 허가를 받고 남벽분기점을 통해 백록담을 다녀왔다”며 “서울답방 때 한라산방문 가능성을 고려해 현장상황을 점검했다”고 김 위원장의 제주방문을 기대했다.

현재 제주는 ‘5+1 대북교류사업’을 통해 ▲감귤 보내기 ▲제주-북한 평화 크루즈 개설 ▲한라산-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 협력 ▲제주포럼 북측 대표단 참석 ▲남북한 교차 관광과 함께 ▲에너지 평화 협력 등 청정에너지 산업을 통한 북한과의 경제협력과 먹는 샘물 공동 개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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