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차이
생각의 차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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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최근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한국 사회 내 의견이 분분하고 분열의 조짐마저 보인다.

그 분열은 대부분 생각의 차이에 기인한다. 국정(國政)을 바라보는, 현시대의 중요 과제(미래, 경제,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생각의 차이다.

생각 차이는 생각 차이일 뿐인데 과거처럼 편이 갈리고 대립하는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우리는 행동하기 전에 눈앞의 문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 과연 우리는 상대방과 내 생각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을까?

생각 차이로 인한 행동 혹은 실수는 필자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머리를 삭발하고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를 외쳤던 일, 일본 대중문화 수입 반대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던 일, 학생 시절 크고 작은 시위, 영화 운동 등등.

물론 후회는 없다. 그러나 현재 기준으로 돌이켜 따져보면 필자의 행동 중 옳고 그름의 확률은 55 정도다. 그래서 행동하기 전에 신중한 선택을 하고 실수를 안 하려 노력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최근에도 그런 실수를 자각한 적이 있다. 중국 학생들과 대화를 할 때다. 민감할 수 있는 정치 얘기가 어쩌다가 나왔다.

중국 학생들은 한국의 정책이 일관성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나라의 정책과 도덕이 바뀌고 전 대통령 이하 전직 실세들이 줄줄이 감옥 가는 나라, 정권마다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나라. 그러면 국민과 경제 주체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사는가?’ 라는 합리적 문제 제기였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감옥에서 새로운 임기가 시작된다는 한국의 정치 현실은 이미 국제 사회에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 아니냐?”, “한국은 시끄러운 민주주의라 그렇다라며 한국의 좋은 점을 어필하려 했지만, 그들은 한국과 비교해서 중국의 좋은 점을 계속 설파했다. 필자가 듣고만 있으니 그들도 좀 쑥스러웠는지 한국도 좋은 나라라고 위로(?)의 얘기를 건네는 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그들을 보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필자에게 서울의 밤거리와 베이징의 밤거리, 둘 중 어디가 더 안전한가?”를 물으면 필자는 당연히 서울이다. 그러나 똑같은 질문을 베이징 사람에게 던진다면 그들은 당연히 베이징이라고 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원리, 생각 차이를 이해 못 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과 베이징 중 어디가 더 좋은가?”를 중국 사람과 한국 사람에게 묻는 건 우문(愚問)이다. 누구나 조국과 고향이 좋은 법이기 때문이다. 세상 이치가 그런데 서울이 베이징보다 훨씬 혹은 무조건 더 좋다라는 결론을 내놓고 대화한다면 생각 차이는 사람 차이, 집단 차이, 국가 차이로 변질될 수도 있는 문제이겠구나 싶었다.

생각 차이는 정말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이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생각 차이는 타인의 생각과 처지를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내 생각의 이익을 위해 이해를 못 하겠어!”를 내세우며 싸우는 대표적인 이기심의 표현일 수도 있다.

예술가들은 미래를 엿보려는 사람들이다. 코앞만 본 사람은 그때만 행복하고 10여 년 앞을 본 사람은 당대에 행복하지만 잊혀지고 100년 후를 엿본 예술가는 살아선 불행할지라도 사후에 유명해져서 그 후손들이 행복해진다.

이 이치가 예술계에만 적용되겠는가? 이는 국가든 기업이든 하물며 가정도 마찬가지다. 각 주체가 미래를 예측하고 그 신념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선 생각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세대 차이를 극심하게 겪는 우리 현실에선 생각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각 차이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대립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더군다나 눈앞의 어려움을 두고 우리끼리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포용하고 존중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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