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에게 나는 다른 사람이었구나
아~그에게 나는 다른 사람이었구나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11.1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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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데 건장한 외국 청년이 들어왔다. 피부색이며 얼굴과 머릿결, 눈매, 생김새가 영락없이 중동계 이슬람권이다. 덩치가 한라산만 하고 엉덩이가 드럼통만 해 사우나 의자가 비좁다.

그런데 이 청년. 들어설 때부터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고 맨 가장자리에 얌전히 앉고는 웃는 얼굴로 눈인사도 한다.

가끔 몇 명이 우르르 들어와 주위도 의식하지 않고 시끌벅적 떠들다 나가는 녀석들과는 경우가 아주 다르다. 온몸을 시커멓게 문신을 물들이고 나 조폭이야과시하는 듯한 양아치녀석들보다도 더 덩치가 크다. 그런데 조용히 있다가 일어선 이 이슬람권 청년은 다시 눈인사를 하고 나가는데, 그 눈빛에 왠지 모를 슬픔이 배어있다. 어디서 이곳 제주까지 와서 내게 그런 슬픈 눈빛을 하는가.

순간 깨달았다. ~그에게 나는 다른 사람이었구나. 연민(憐憫)이 눈 앞을 가린다.

 

우리는 제주에 살지만,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 역사·고고학계에서는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에서 도래한 북방계가 주류라고 본다. 몽골 등 북방민족과 생김새, 풍습 등이 닮았다는 게 근거다. 반면 우리 과학계에서는 북방계와 남방계의 혼합으로 본다.

부계 Y염색체와 모계 미토콘드리아 DNA를 모두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70~ 80%를 북방계, 20~30%를 남방계로 분류했다(김욱 단국대 교수).

더 나아가 UNIST(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는 러시아 연해주 악마의 문동굴에서 발견된 신석기 유골의 DNA를 분석해 보았더니 우리 한반도인이 남방계라고 주장한다. 두만강 북쪽인 이 지역은 옛 고구려, 동부여 땅이다.

이 연구 결과는 3~4만년 전 동남아에서 중국 연안과 제주도, 한반도 동해안을 거쳐 흘러든 남방계 수렵채집인과 1만년 전 들어온 남방계 농경민이 우리의 원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연구 결과는 제주 고((() 삼성과 바다에서 온 삼공주의 혼인지(婚姻池) 전설을 뒷받침하는 것일지 모른다.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별의별 생김새 사람들을 다 본다. 미국 에모리대 연구소가 분류한 세계 종족별 생김새에는 시베리아 바이칼호 주변 부랴트인의 DNA는 튀르크계 야쿠트인, 아메리카 인디언 및 한국인과 거의 같다고 한다. 평평한 얼굴, 광대뼈, 길고 낮은 코, 가는 눈, 두꺼운 눈꺼풀 등 생김새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방계 생김새의 특색이다.

반면 남방계는 다르다. 그 생김새가 북방계와 달리 얼굴과 눈이 둥글고 코는 약간 넓다. 그래선지 한반도의 장승에 나타나는 얼굴도 지역 간에 차이가 있다. 한반도 북부의 나무 장승은 평평한 얼굴에 길고 가는 코 등 북방형 얼굴이다. 반면 제주도의 돌하르방 같은 남쪽의 돌장승은 생김새가 얼굴이 둥글고 코가 넓은 남방형 얼굴이다(조용진 한국얼굴연구소장).

그렇다면 제주인은 생김새가 어떨까. 제주인들은 토착인과 동아시아의 남과 북에서 온 이주민들의 융합이 아닐까. 제주도의 성씨 가운데는 중국에 본관을 둔 성씨가 많듯이 그 생김새도 그렇지 않을까.

 

이제 제주는 21세기다.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제주 거주 외국인이 25000명을 넘어섰다. 도내 인구대비 4%를 넘어섰다. 생김새가 별의별 사람이 다 많아졌다. 사우나에서 만난 그 청년도 그 외국인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그래, “우리는 함께 제주인이다.”

제주 삼성신화와 혼인지 전설을 보라. 탐라와 삼성신화는 다종족, 다인종, 혼혈화 등 복잡한 문화현상을 알려준다. 제주 삼성신화와 함께 이제는 세계인들이 다 함께 사는 탐라왕국제주가 됐으면 한다.

그러나 제주도청이 지역 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개념 혼란 속에서 다문화 대책을 관()주도로 시행하는 것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다문화에 대한 지역 사회의 기본 인식이 균형과 담론화를 이루지 못하면 정책 대응이 올바른 방향성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주민 정책에 법과 정서는 다르다.

엊그제 제주도청이 외국 이주민 대책 회의를 했다는데, 그런 건 몇 번 해봐야 별 볼 일 없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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