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에 제주 농업이 흔들린다
물류비에 제주 농업이 흔들린다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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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 73주년(10월 1일)을 맞아 창간 기획으로 마련된 ‘제주를 말하다’ 특별 대담을 위해 지난달 5일 박문기 이니스프리 모음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기자는 박 이사장을 만나기 전 화장품 회사가 만든 재단이고 그동안 제주 환경 보호 활동에 나섰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자의 예상은 보기좋게 틀렸다. 박 이사장은 인터뷰 시작과 함께 “1차 산업은 제주인의 뿌리이자 생명의 원천이며 제주가 지속적으로 육성시켜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인터뷰내내 제주 농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과거 제주 선조들이 겪었던 ‘가난의 대물림’을 끊게 해준 감귤을 포함한 1차산업은 제주의 생명의 원천”이라고 강조하고 “제주 농업의 부활과 이를 통한 6차산업의 발전이 병행되는 환경친화적 산업 육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도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도외에서 제주 농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도내 양배추 농가들이 자신들의 터전인 밭을 떠나 서울시청 앞에 주저 앉았다. 농가들이 한창 바쁠 때 열일을 제쳐놓고 서울까지 상경투쟁에 나선 것은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양배추 경매 방식을 차상 거래에서 하차 거래로 전환하면서 막대한 물류 비용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하차경매는 산지에서 농산물을 포장한 뒤 팰릿(화물을 싣는 가로 세로 크기가 일정한 깔판)에 쌓아 출하해야 하는 등 간단치가 않다. 이 과정에서 양배추 농가들은 산지에서 농산물을 일정 규격에 포장해 출하해야 하기 때문에 자재비와 포장비 등 상당한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양배추 농가들은 하차경매로 인해 연간 물류유통비가 적게는 37억원에서 많게는 45억원까지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 비용은 농가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측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6일 오후 애월농협 회의실에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제주양배추생산자협의회, 제주도, 애월농협 등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도내 농가들은 공사 측의 일방적인 행보에 강력한 불만을 터트렸다. 농가들은“사전에 양측이 오늘(6일) 회의 일정을 잡은 상황에서 공사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양배추 하차경매 시행유예는 없다고 밝히는 등 일방행보를 보이고 있다”라며 “공사가 자기 입맛에 맞게 양배추 하차경매 비용을 산정해 퍼트렸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특히 공사가 지난달 발표한 물류비용의 객관성이 논란이 됐다.

김수홍 애월농협 경제상무는 “우리 농협에서 산출한 비용과 공사에서 산출한 비용이 너무 틀리다”라고 지적했 김학종 양배추생산자협의회장은 “공사에서 산출한 자료는 하차거래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한 허위가 아니냐. 도저희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영규 공사 유통물류팀장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했다”라며“서울시와 공사의 양배추 하차경매 시행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며 우선 시범운영한 후 발생하는 문제와 비용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문제의 본질은 물류 비용에 있다. 모든 상품 가격에 물류 비용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물류 비용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들로부터 그 상품이 외면 받는 것 또한 당연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소비자가격 대비 제주지역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률은 60∼70%였다. 양파인 경우 71%, 월동무 64.5%, 감귤 60.1%에 달했다. 반면 국내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률은 44.8%였다.

이와 같이 제주 농산물의 유통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은 도내 농가 부담 증가와 소비자들도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중 피해를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 출마하면서 제주지역 공약으로 해상물류비 지원을 내세웠고 도내 농가들은 이를 크게 환영했다. 물론 이것이 표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제주 농민과 도민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정부가 2018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기획재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예산에 해상물류비 지원액을 반영했으나 기재부가 다시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좀 속된 말이지만 ‘들어갈 때 생각과 나올 때 생각’이 다르다고 하지만 너무 한다. 제주는 섬이다. 그리고 제주의 농업은 박 이사장의 말 그대로 ‘제주인의 뿌리이자 생명의 원천’이다.
정부는 다른 지방과의 형평성을 내세우지만 섬과 내륙의 형평성을 논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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