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제주4‧3과 강정, 생태문제에 집중해왔던 고길천 작가의 회고전이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은 내년 1월 13일까지 미술관 전관에서 ‘고길천 바라본다 Seeing 1990-2018’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제주에 거주하며 30년 간 4‧3미술을 지속해온 고길천 작가의 회고전이다. 목탄화, 설치미술, 디지털 프린팅 등 다양한 예술적 시도로 4‧3을 표현한 대표작 90여 점이 전시된다.
디지털 프린팅 작업인 ‘매우 바람직한 염색체’는 제3세계인들의 얼굴 속에서 눈동자만 파란색으로 변형시킨 모습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를 드러낸다. 고 작가는 제주4‧3 역시 미국의 강제적 문화이식의 한 장면으로 보았다.
실크스크린 작품 ‘바라본다 Seeing’은 가해자의 시각으로 본 민중의 모습을 포착했다. 고 작가는 제주4‧3 때 한라산에서 내려온 민중과 동학혁명을 이끈 전봉준의 모습을 함께 놓고 각각의 인물 중앙에 뷰파인터를 넣는다. 마치 화면이 총구로 그들을 겨누고 있는 듯하다.
석고붕대 조형토 작품 ‘대지를 딛고 서다’는 제주국제공항에서 학살돼 암매장된 4‧3희생자 발굴 현장을 답사한 후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은 사람 모습 위에 붙어있는 흙이 전시장 내에서 점점 떨어져 나가는 형식을 취해 희생자들이 다시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 기원을 담았다.
전시기간 중 전시연계 프로그램과 전시설명을 위한 도슨트 제도가 운영된다.
김나영 기자 kny80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