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비자림로 확장에 왜 목매나
제주도, 비자림로 확장에 왜 목매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0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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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지방자치가 되면서 주민들의 목소리와 위상이 과거 관선지방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상황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이와 반대로 민선 지방자치제 이후 지역민원 앞에 속절없이 약해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위상에도 딴지를 걸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유일한 자치권한을 가진 도의회 도의원들의 ‘입김’을 견제할 기관 또한 마땅치 않다. 요즘엔 감사위원회도 도의회 소속으로 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때문에 일반의 보편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이건 아닌데’하는 상황들이 ‘주민숙원’이라는 단어 앞에 한없이 초라해 진다.

이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게 다름 아닌 비자림로 확장공사다. 당초 제주도가 시작하더니 이번엔 제주시장까지 나서 비자림로 확장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모습이다. 양 기관이 의기투합한 모양새다. 이 사업은 대천동 교차로∼금백조로 입구 2.9㎞를 왕복 2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다. 비자림로는 2002년 당시 건설교통부 주관 평가에서는 전국 88개 도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돼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이 구간은 엄밀히 사려니 숲길 일대다. 따라서 사업구간은 ‘가장 아름다운 도로’ 구간에 포함된 곳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업구간 또한 도로 양쪽에 삼나무 숲이 병풍처럼 이어져 빼어난 경관을 보유한 곳이다. 당초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2500그루 가까운 삼나무가 잘려나간다. 숲 훼손이 불가피 하다. 경관훼손·환경파괴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비자림로는 구좌읍 평대리 평대초교 앞 일주도로에서 한라산 횡단도로인 5·16도로까지 이어지는 길이 27.3㎞의 왕복 2차선 도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림’옆을 지난다고 해서 붙여진 도로명이다. 비자나무는 보존가치가 있고, 삼나무는 보전가치가 없는 나무여서 베어내도 문제가 안 된다는 논리는 극단적 상황에서나 나올 말인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나오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제주도는 ‘확장공사를 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중순 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저런 방법을 제시하며 삼나무 벌채를 최소화 한다지만 숲 원형의 훼손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최근에는 이 일대 교통량이 하루 1만대를 넘어섰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교통량 조사구간이 실제 공사예정 구간 교통량 인지, 아니면 대천동 교차로에서 교래리 방향으로의 교통량인지도 정확하지 않다.

본지가 한달전인 지난달 1일 창간 73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대표적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대한 도민여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 사업에 대한 부정평가가 58.2%로, 긍정평가 36.8% 보다 훨씬 높았다. 이 문제는 이미 ‘제주의 문제’가 ‘대한민국의 문제’가 되는 상징적 사업으로 떠올랐다. 이는 비지림로 확장은 해당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민숙원’이라는 특정지역의 사업도 이제는 제주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보편적 기대치를 넘어서면 곤란하다. 제주도민 60%가 도로확장에 반대하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다. 도민여론을 뭉개고 가도 막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특별한 한 곳’ 보다 구성원 개개인 모두가 더불어 공유하고 공감하며 함께 어울리는 열린사회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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