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인지하는 4단계
부모를 인지하는 4단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1.0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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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사람에게는 모두 부모가 있다. 부모는 생명을 주신 근원이며,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준 주체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에 대한 사랑의 끈을 절대로 놓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하늘이 내려주신 것으로, 삶과 죽음을 통틀어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는 부모와 자식만큼 긴밀하면서 가까운 사이가 없지만, 상대방에 대해 서로를 살피고 걱정하는 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은 한결같아서 언제나 염려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이 앞서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반면 자식이 부모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삶의 단계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자식이 부모를 인지하는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부모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억압자로 인지하는 단계’, ‘삶의 보조자로 인지하는 단계’, ‘자신의 자식에 대한 인지가 중심을 이루는 단계’, ‘이해와 그리움의 대상으로 인지하는 단계가 그것이다.

부모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억압자로 인지하는 단계는 태어나서부터 성장기에 해당하는 미성년자의 시기가 된다.

이 기간은 부모의 보호와 보살핌이 절대적이어서 물리적으로는 부모와 가장 가까운 상태지만 어린아이일 때는 부모의 존재를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의식의 형성이 구체화되는 청소년기에는 잔소리꾼이나 자신을 구속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인지한다. 따라서 부모는 이 시기에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청년기는 성인이 된 후 첫 과정으로 자신의 세계와 영역을 구축하고 확보하기 위한 힘겨운 노력을 기울이는 때다. 이 시기는 오직 자신에 대한 생각만이 중심을 이루고 부모는 그것의 성공을 위한 보조자로서만 인지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결혼해 일가를 이루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삶의 과정에서 자식과 부모의 입장을 모두 체험한다.

그러나 내리사랑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때는 모든 생각의 중심이 자식을 향해 있기 때문에 부모를 인지하는 수준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시기는 스스로도 자식을 가진 존재가 되면서 어버이의 마음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모를 이해하고 그리움의 대상으로 인지하는 단계는 자신의 자식이 성장해 일가를 이뤄 독립한 후가 된다. 이때가 되면 그동안 쌓은 풍부한 인생 경험에 의해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되면서 어버이를 이해함과 동시에 진정으로 생각하고 염려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부모에 대한 네 번째 인지 단계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 시기의 비극은 부모가 매우 연로했거나 계시지 않는 상황이 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인해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불효자라고 생각하는 성향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어버이를 인지하는 단계를 명확하게 해놓으면 삶에서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좀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네 번째 인지의 단계를 앞당기도록 노력한다면 부모에 대한 효도를 다 하지 못했다는 후회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부모에 대한 효성을 특히 강조했던 이유는 효도가 제대로 이뤄지면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으며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의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를 보면 부모에게 보답하기 위해 행하는 자식의 지극한 효성이 하늘을 감동시켜 죽을 병에 걸린 부모를 살려냈다는 일화가 여러 곳에서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만큼 자식도 부모를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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