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편의점이 걱정된다.
너무 많은 편의점이 걱정된다.
  • 문유미 기자
  • 승인 2018.11.04 18: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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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내 번화가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가장 편리한 것 중 하나가 주변에 편의점이 많다는 점이었다. 원룸에서 출발해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 걸어도 3분 안에 편의점에 닿을 수 있다. 최근에는 원룸 바로 옆에 위치한 호텔 안에도 편의점이 새로 생겨 그 곳이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됐다.

최근 취재를 하다가 집 근처에 편의점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 지도 어플을 통해 찾아본 적 있다. 5분 안에 닿을 수 있는 편의점을 세 보니 대략 16개쯤 돼 보였다. 10분 반경으로 넓혀 보니 지점 표시가 금세 수두룩해져 세기가 힘들었다. 눈대중으로 봐도 50~60개는 돼 보였다. ‘한집 건너 하나’란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제주지역에서 48곳의 편의점이 폐업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폐업한 점포 수(25곳)보다도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폐업점포 증가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여기에 올해 8월까지 85곳의 편의점이 새로 개업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주지역의 편의점 폐업률(개업점포 수 대비 폐업점포 수)도 지난해 12.8%에서 올해 56.5%로 치솟았다. 도내에서 편의점 10곳이 새로 생기는 동안 5~6곳의 편의점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같이 폐업이 이어지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너무 많은 경쟁업체가 너무 가까운 거리에 계속 생겨나기 때문도 분명 클 것이다.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창업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개인사업을 시작하는 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제주사회 전반적으로 자영업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 편의점 창업도 점포가 많다고 해서 쉽게 위축되진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운영난으로 줄폐업이 이어지는 ‘편의점 대란’이 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편의점을 3년째 운영 중인 지인에게 업계 상황을 물었을 때도 가장 먼저 돌아온 대답은 “편의점이 많아도 너무 많다”였다. 몇 년새 근거리에 편의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업체 간 생존 싸움이 장난 아니라는 얘기다.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편의점에 살다시피 하면서 운영하는 데도 손님은 줄고 매출은 뚝뚝 떨어지니 영업을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년 뒤 계약이 끝날 때까지 버텨보고도 안되면 폐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주들이 매출 부진에도 폐업을 쉽게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계약기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 물어야 하는 위약금 때문이라고 한다. 편의점이 우후죽순 늘기 시작한 게 몇 년 전부터라면 그들의 계약이 끝나는 시점도 다가온다. 어느 정도 대책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

문유미 기자  mo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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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훈 2018-11-06 14:58:38
너무많아요 편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