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 전국체전, 지금부터다
100회 전국체전, 지금부터다
  • 홍성배 선임기자
  • 승인 2018.10.31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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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는 꺼졌고, 뜨거웠던 전라북도에서의 열기도 벌써 아득한 추억처럼 여겨진다. 서울올림픽 30주년에 열린데다 내년 100회를 앞둔 대회라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던 올해 전국체육대회 이야기다.

이번 대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선수단은 34개 종목에 선수와 임원 696명이 출전해 자신과 고향의 명예를 위해 뛰었다. 체전 일주일간 그들이 혼신의 힘을 짜내고 열정을 다한 전라북도의 경기장 하나하나가 제주체육의 현장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현장에 서면 감회가 새롭다. 경기장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 우리 선수들의 환희와 좌절이 날선 그대로 다가온다.

적게는 9, 많게는 15살이나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굴하지 않고 투혼을 불사른 김수경의 역도 경기장은 감동 그 자체였다. 메달이 유력했던 선수가 불의의 사고로 경기장에 서지 못하는 안타까움, 전력을 다한 도움닫기 후 절뚝거리는 어린 선수의 뒷모습, 상대의 반칙성 플레이로 패한 후의 울분, 짜릿한 역전과 아쉬운 역전의 순간들이 눈에 선하다.

경기장 주변에는 각종 정보가 넘쳐났다. 제주대표로 뛰던 선수가 다른 지방에 가서 펄펄 나는 이유가 장래에 대한 보장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듯 경기장은 제주체육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번 체전에서 제주도선수단은 금메달 22, 은메달 29, 동메달 41개 등 모두 92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당초 목표했던 80개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전거의 임수지, 복싱의 이신우, 육상의 박지현 등 고교 새내기들이 맹활약하며 희망을 선사했다. 그렇지만 목표 달성이 특정 종목, 그것도 연고팀의 선전에 힘입은 것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연초부터 열린 각종 대회를 통해 그 해 선수들의 경기력은 차곡차곡 데이터로 쌓인다. 결실의 계절에 치러지는 전국체전 때면 객관적인 전력은 이미 나온 상황이다. 해당 종목의 지도자와 선수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메달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대진운과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국체전은 그 외의 체육 관계자들, 즉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 제주도체육회 관계자들이 모처럼 현장에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물론 이조차 한 꺼풀 벗겨보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보도는 국감 자료를 인용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해경의 경정 이상 간부 70% 정도가 현장 근무 경험이 없다고 전한다. 이게 해경만의 문제일까.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은 어떨까. 일선 실무자 외에 체육현장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번 체전에서도 제주의 체육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수많은 생생한 정보를 접했을 것이다. 이를 얼마나 체계화하고 정책 수립에 반영해 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체전기간 내내 현장에서 선수단과 함께한 제주체육의 한 원로는 경기 결과를 떠나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게 도와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격려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체전은 제주체육이 앞으로 어떠한 큰 그림 속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용을 채워나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한 자리였다. 제주체육 여건상 다른 시·도와 순위 경쟁을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정된 예산을 갖고 몸값이 비싼 선수로 직장경기부를 채울 수는 없다.

벌써 내년 체전을 준비하는 목소리가 바다 건너 들려온다. 어떤 지역에서는 이번 체전의 선전이 체육회와 경기종목단체의 긴밀한 소통 아래 치밀한 경기력 분석과 발 빠른 정보력, 과감한 결단이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주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한참 글을 쓰는 순간 문자메시지 알림벨이 울린다. 벌써 내년 달력이 나왔단다. 100회 전국체전은 이미 시작이다.

 

홍성배 선임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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