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 건축예술의 백미, 이곳에…
남인도 건축예술의 백미, 이곳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26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57)삶의 원초적 모습을 지닌 남인도를 찾아서(16)-브리하디스와라 사원
탄자부르에 있는 브리하디스와라 사원은 시바 신을 모신 힌두 사원으로 화강암과 벽돌로 지어진 드라비다 양식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탄자부르에 있는 브리하디스와라 사원은 시바 신을 모신 힌두 사원으로 화강암과 벽돌로 지어진 드라비다 양식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남인도의 사원을 비롯한 옛 왕궁들을 둘러본 지 어느 덧 열흘이 지나고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문화유적지를 찾아다니면서 크게 감격하고 있습니다.

비슷비슷한 사원들이라 어느 순간 지루할 때도 있지만 머나먼 곳에 와서 만나는 세계적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하면 언제 또 이렇게 찾아볼 기회가 있겠나 싶어 부지런히 발에 땀이 나게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틈나는 대로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원 벽면에 새겨진 다양한 신들과 신명 나게 춤추는 무희들의 조각을 촬영하며 또 다른 인도 신화와 문화를 접하고 있답니다.

인도 문화의 특징은 다양성에 있다는 얘기는 여러 차례 한듯합니다. 이곳 남인도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고 있어 그들의 삶과 신앙에 대해 신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군요. 오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남아있는 유적지와 아주 오래 전 세워진 사원들에서도 아직까지 신앙생활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도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어떻게 보면 문화유산을 지금껏 온전하게 지켜온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일행과 함께 다음 일정으로 탄자부르(Thanjavur)를 찾아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힌두 사원인 브리하디스와라(Brihadisvara)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8시에 출발하는 강행군인데도 누구 하나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네요. 쉽게 볼 수 없는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다 보니 피곤함마저 잊어버리는 모양입니다.

코베리강()에 자리한 탄자부르는 과거 촐라 왕조의 수도로, 이곳에 세워진 브리하디스와라 사원은 라자라자(Rajaraja) 1세가 그의 업적을 기념하고 촐라 왕조의 위대함을 상징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이에 그의 이름을 따라서 라자라제슈바라(Rajarajeshvara) 사원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1010년 완공됐으며 라자라자 1세의 뒤를 이은 라젠드라 1세가 세운 강가이콘다촐라푸람(Gangaikondacholisvaram) 사원과 함께 남인도 건축예술의 쌍벽으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사원 벽면 등을 장식하고 있는 '신의 하녀’ 데바다시 조각.
사원 벽면 등을 장식하고 있는 '신의 하녀’ 데바다시 조각.
사원 기둥에 조각된 시바 신.
사원 기둥에 조각된 시바 신.

브리하디스와라 사원이 완성되자 제사(祭司)들은 데바다시(Devadassi)’라고 하는 무녀(舞女)를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소녀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데바다시는 신의 하녀라는 뜻으로 사원에서 시바 신을 위해 춤을 추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처녀이면서 좋은 집안 출신이어야 했고, 선택을 받은 여인들은 교육을 마치면 시바 신과 결혼식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들은 사춘기가 오기 전 사원에 들어가 무용과 미래의 남편을 공경하는 방법을 배우고 저녁이 되면 신을 위해 등불을 밝혀 찬가를 불렀다고 합니다.

브리하디스와라 사원은 드라비다 양식(남방형)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히는데 인도 고대 사원 중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건물의 형태는 무려 13t에 달하는 화강암을 사용해 시바 신의 고향인 카일라스 산을 묘사한 것이라고 하네요.

사원 가운데 세워진 최상층의 돔은 신과 인간 세계의 경계선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내부에는 무려 3.7m에 달하는 링가(linga·남근상)가 안치돼 있고 회랑에는 길이 6m, 2m인 우상(牛象)이 들어서 있습니다. 사원 안은 카메라를 들고 갈 수 없어 눈에만 담아왔습니다.

사원 내 법당에서 힌두신도들이 모여 앉아 공부하고 있다.
사원 내 법당에서 힌두신도들이 모여 앉아 공부하고 있다.

사원에는 많은 힌두신도들이 보이는데 어느 작은 법당에는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공부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우리네 불교를 연상케 하네요.

사원 주위는 회랑으로 감싸져 있으며 그 중심축선 상에 2개의 고푸람(Gopuram·탑문)이 일직선으로 배치됐습니다. 사원 벽면은 시바 신과 데바다시의 결혼 장면, 춤추는 무희 등 다양한 조각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이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어 무척 감격스럽네요.

거대한 고푸람이 일직선으로 배치돼 있다.
거대한 고푸람이 일직선으로 배치돼 있다.

남인도에 와서 가는 사원마다 조각 장식에 놀라고 있지만, 이곳 브리하디스와사 사원은 그 어느 사원보다 규모나 조각의 예술성이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 인도 문화에 문외한이지만 감탄을 금치 못하겠네요. 이 조각들을 하나라도 더 촬영하기 위해 부지런히 다니다 보니 이 사원이 얼마나 넓고 거대한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계속>

사원을 찾은 한 인도인 가족.
사원을 찾은 한 인도인 가족.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