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읍 주민들이 일구는 궁도 사랑
남원읍 주민들이 일구는 궁도 사랑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8.10.25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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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도장 '삼다정' 농촌주민 스트레스 해소-건강.친목 도모 장소로 부상
삼다정 회원들이 사대에서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삼다정 회원들이 사대에서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우아한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날아 과녁에 탁 꽂힌다. 순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진다.

25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궁도장 삼다정의 한 모습이다.

농촌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궁도장을 일구며 생업의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과 친목도 도모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궁도는 우리 민족에게 가장 대중화된 무예이자, 심신을 단련하고 호연지기를 기르는 방편이었다. 이 같은 궁도에 주목한 마을 주민들이 삼다정을 설립한 것은 지금부터 40여 년 전이다. 도로 확장으로 궁도장 일부가 편입되면서 7, 8년 전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다.

회원들은 행정의 지원을 얻어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에 삼다정을 가꾸는데 힘을 모았다. 그 결과 전국대회를 치를 수 있는 시설로 거듭났다.

삼다정의 장점은 탁 트인 조망이다. 사대에 서는 순간 마음이 활짝 트인다. 올해 사대 뒤편의 둑을 보강해 빗나간 화살로 인한 민원의 소지도 해소했다. 널찍한 주차장은 외진 지역이라는 불편함을 상쇄한다.

박인환 사범은 활쏘기가 남녀노소 관계없이 평생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다. 활을 쏠 때는 정신을 한 곳으로 집중해 온몸의 기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마음을 비워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가능하고, 활과 화살만 구입하면 돼 경제적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 서치라이트가 설치돼 있어 야간에도 활을 쏠 수 있는 등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삼다정에도 위기는 있었다. 몇 년 전에는 회원이 5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김두수 사두가 앞장을 서고 과거 사두였던 박인환 사범이 다른 지방에서 돌아오면서 힘을 합쳐 재건에 나섰다.

그 결과 회원이 40여 명으로 늘었다. 50대가 주류를 이루지만 고교생과 대학생에서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신사(초보자)가 많지만 회원 간 단합도 잘돼 분위기도 밝아졌다. 해마다 전국대회에도 꾸준히 출전, 나름 괜찮은 성적도 올리고 있다. 김두수 사두는 지난해 전북 정읍에서 열린 145회 전국남녀궁도승단대회에서 개인전(사두) 2위를 차지했다.

삼다정의 꿈은 더 많은 지역주민이 활쏘기를 통해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것이다. 김두수 사두는 주민들 가운데 활터가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다. 특히 활쏘기를 하고 싶지만 엄두를 못내는 분들도 여럿이라며 더 많은 주민이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삼다정 앞에는 자매봉이 자리한다. 인근에 넓은 시유지도 있다. 김두수 사두는 이 같은 지리적 여건을 바탕으로 지역주민이 트레킹과 체력단련, 활쏘기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오는 28일 삼다정에서는 제7회 서귀포시협회장기 전도남녀궁도대회가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손님을 맞기 위한 삼다정 회원들이 손길이 분주하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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