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가치
'약속’의 가치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8.10.3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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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뿐만 아니라 법인 또는 기관은 순간순간 특정이건 불특정 상대방에게 이런 저런 약속을 한다. 그런데 상당수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 된다. 그래서 약속은 깨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으로 보면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공인(公人)’의 약속은 그 궤를 달리한다.

19대 대선을 20일정도 남겼던 지난해 4월 18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을 찾았다.

“안녕하십니까. 문재인입니다. 자주 못 찾아와 미안하우다 잘도 반갑수다.” 이렇게 문 후보는 당시 제주도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어 자신이 ‘제주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문 후보는 “제주의 밭작물도 대한민국의 먹거리입니다. 제주에서 자란 월동 무, 브로콜리, 당근 등이 육지 사람들의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산물을 배에 실어 보내는 운송비가 많이 듭니다. 농가소득보전을 위해 제주농산물의 해상운송 물류비를 국가가 지원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다 아는 것처럼 19대 대선은 사실상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당락은 확정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예상대로 문재인 후보가 지지율 40%를 넘기고 2위 후보를 압도적으로 제압하면서 당선 됐다.

#해상운송비 또 미반영

해마다 연말 정부의 다음연도 예산편성을 앞두고 제주 1차산업계는 숨을 죽인다. 최대 현안인 농산물해상운송비 때문이다.

지방정부인 제주도는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정부의 권한을 확보하는 이른바 제주특별법 제도개선(5단계)를 통해 제주산 농산물 해상운송비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런데 여태껏 지원이 성사됐다는 말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제주도의회의 제주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쟁점이 됐다. 제주도의회 농수축산경제위원회 고용호 위원장은 “해상운송비는 전국 1위인 도내 농가 부채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며 “제주산 농산물 물류비 중 해상운송비 비중이 44%를 차지하는 등 육지부와 비교해 제주 농가의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결과적으로 빚이 늘고 있다”며 국비 지원 필요성을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정부가 지난 8월 중순 확정한 2019년도 예산안에서도 우려했던 대로 제주 1차 산업 숙원인 농산물 해상운송비가 37억원(시범사업) 신청됐지만 미반영 됐다. 농식품부 예산에는 반영됐는데 막판 기재부가 이를 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국 이제 남은 건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상황은 녹록지 않다.

#막판 국회서 살려내야

제주 농산물에 대한 해상 운송비 문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제주가 섬이고, 이 때문에 제주산 농산물에 물류비용이 추가로 따라다닌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지난 10년 간 전국 농가 경영비 상승률은 35.1%에 이르지만 제주 농가에 경영비 상승률은 이보다 2.4배 높은 83.9%이다. 그 중심에 해상 운송비가 자리한다.

제주산 농산물생산량이 연간 88만t인 점을 감안하면 740억원의 해상운송비가 예상된다. 수산물은 429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정부가 지원한다면 그 규모는 연간 58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여전히 타 지방과의 형평성 문제를 내세운다. 제주산 농산물에 대한 해상운송비 지원은 제주농민들의 생산비용을 근본적으로 줄여 대외경쟁력을 높인다. 나아가 제주산 농산물의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의 비용까지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

복지는 반드시 저소득층 사람들을 직접 지원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많은 서민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의 농·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면 이 또한 서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제주산 농수산물에 대한 해상운송비 국고지원 문제는 지금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막판 국회가 살려내고, 정부가 승인하면 된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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