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의 기준
미인의 기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2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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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KBII 한국뷰티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

미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원시시대에는 농경과 사냥을 위해 많은 일손이 필요했기 때문에 다산을 상징하는 풍요로운 몸매가 미인의 기준이 되었다. 석기시대의 조각인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도 풍만한 가슴과 배, 엉덩이를 가진 여성을 표현해 물질적 풍요와 다산을 기원했다. 건강한 인체미를 중시했던 그리스에서는 자연형의 탄력 있는 몸매, 사과모양의 가슴,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이 미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같은 그리스 시대에도 미인관은 여러 차례 변했다는 사실을 당시 조각품 등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식민지로부터 얻는 물질이 풍부했던 로마시대에는 여성이 미를 가꾸는 것에 대해 관심이 컸다. 화려한 유형의 야한 화장에 일자눈썹, 하얀 치아에 날씬하고 털 없는 몸을 가진 여성이 미인으로 칭송받았다. 성욕구가 억제되었던 암흑기의 중세 때는 순결함을 연상시키는 작은 가슴과 히프, 흰 살결, 금발에 넓은 이마를 가진 여성, 성녀처럼 느껴지는 그런 외모를 가진 여성이 최고로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르네상스 때에는 성숙미를 풍기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뿔모양으로 솟은 가슴이나 통통한 턱, 풍만한 허벅지를 가진 성숙한 여성이 미인이었다.

세기 말에 와서는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분위기에 걸맞게 유령처럼 핏기 없는 피부에 야윈 몸매, 쾡한 눈, 파인 볼을 가진 여성이 대두되었다.

20C전반에는 전쟁으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2차 대전 직후엔 다산을 해야 하는 생물학적인 욕구로 인해 큰 가슴과 굴곡 있는 풍만한 몸매, 뇌쇄적인 표정을 가진 여성이 미인으로 각광 받았다. 20C후반, 환경문제와 개성이 테마였던 20세기 말엔 자연스런 피부 톤을 드러내는 내츄럴 화장, 지적이면서도 섹시함을 겸비한 한마디로 개성적인 여성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최근 한국사회가 보는 미인형이란 얼굴을 삼등분해 볼 때 중안과 하안의 비율이 10086으로 턱이 작고 하안고(턱에서 코까지 길이)56mm로 짧았던 얼굴형을 미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턱이 큰 얼굴을 미인으로 여긴 시기에는 갸름한 얼굴형을 추남·추녀로 여겼을 것이다. 또 한때는 상안·중안·하안의 비율이 100100100으로 균형 잡힌 얼굴을 미인으로 보기도 했는데 미로의 비너스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인에 대한 변화는 국내에서도 고대에는 여성에게 다산, 생식력이 강조되어 동그랗고 훤한 얼굴에 통통한 여성이 미인으로 꼽혔다. 고려로 넘어오면서부터는 후궁이나 궁녀처럼 마르고 아담해서 품위 있어 보이는 여성이 아름답다고 평가되었다. 그러나 조선시대부터는 기생들이 중심이 되어 요염하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가진 여성이 미인이었다. 고구려와 조선 초기에는 얼굴이 크고, 눈이 작고, 턱이 커야 미인이었다. 당시 상안·중안·하안의 비율은 85100102(최대 108)이었다는 추론이 있다. 조선 중기부터 후기까지는 턱이 작은 얼굴이 미인이었다. 혜원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를 보면 턱이 갸름하면서 턱의 높이가 이마와 같다.

턱이 갸름한 형에 손바닥으로 가려질 정도로 작은 얼굴이 현대판 미인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한국인의 얼굴은 계속 커지고 있다. 같은 동양인이라도 일본이나 중국 사람과 다른 한국인만의 얼굴이 있다. 해부학적으로 한국인은 세계 여러 민족 중에 턱이 가장 큰 형에 속하며, 키가 크고 영양 상태 등이 좋아져서 얼굴도 커지는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인은 얼굴이 커지고 턱이 큰 민족인데 작고 턱이 갸름한 얼굴을 미인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사람은 추남·추녀가 된 것일까. 실제로는 옛날보다 잘생긴 사람이 많아졌다. 영화배우 같은 일반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구 증가, 민주화, 풍부한 영양 공급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시대마다 미인관이 바뀐다는 사실은 절대미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통한다. 게다가 사람마다 생각하는 미인관도 다르다. 거의 차이가 없는 쌍둥이 얼굴을 보고도 사람마다 미인이다 아니다 기준이 다르다. 얼굴의 특정 에너지가 우리에게 미적 느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뇌에 쾌감을 주는 얼굴을 미인으로 여긴다는 게 얼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스코리아 진으로 당선된 여성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미인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미인이란 개인이 보고 좋아하고 편안한 얼굴이고 이는 뇌가 만든 관념인 셈이다. 또 연구 결과로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얼굴에는 큰 차이가 없다.

미인이란 뇌가 만든 관념이고, 잘생긴 사람과 못생긴 사람의 얼굴에서 차이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다. 그 정도 차이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표정만으로도 만들 수 있으며 진정한 미인이란 마음가짐을 바로 해서 인상을 바꾸어 타인에게 편안해 보이는 얼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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