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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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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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제주서중학교 교사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지 몰라서 말이 아닌 폭력으로 표현됨으로 학교폭력이 발생한다.

요즈음 학교폭력 피해는 1차 폭력 피해, 2차는 SNS를 통한 피해로 이어진다. 친구 관계에서 마치 자랑처럼 한 아이를 따돌리며 때로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 속에서 힘 있는 아이가 힘 없는 아이를 때리는 것을 그냥 보고 지나가는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생활 일부가 된 SNS에서 폭력 내용을 공유하고 2차 피해를 주게 돼 피해자 학생은 학교에 가기 싫어하게 되고, 상처투성이로 남는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 행복 씨앗을 품고 태어난다. 인류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 한 명의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최소 4명의 어른이 필요하다고 한다. 과거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중심으로 부모, 조부모, 이모, 고모, 삼촌, 이웃들이 함께 있어서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라났다. 사랑을 충분히 받은 사람은 정서적 안정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너그럽다. 이를 정서적 금수저라 말한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맞벌이 부모 아래에서 태어나 한 살 때부터 기본적인 부모 역할인 양육, 보호, 지지를 충분하게 받지 못하고 외부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어린이집, 학원, 스마트폰에 길들여진다. 부모에게 충분한 보살핌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부모의 억압적인 태도나 자녀 방치, 학대로 인해 부모와 자녀의 애착 관계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을 경우가 많다.

하루 400g의 양식이 필요한 아이에게 매일 40g만 준다면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을까? 정서적 빈곤으로 아이들은 점점 메말라 간다. 몸은 커가고 있으나 속 빈 강정처럼 무엇인가 늘 부족하고 허전하다. 부정적인 사고를 갖게 되고 사람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친구들과 갈등을 겪게 되고 나보다 남의 탓을 하게 된다. 매사가 즐겁지 않고 내면에는 짜증, 분노, 증오, 불신감이 자리한다. 이를 정서적 흙수저라 한다.

지금까지 내가 정서적 금수저였다면 계속 정서를 발달시키고, 정서적 흙수저였다면 정서적 금수저로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이다. 오늘부터 바뀔 수 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내가 오늘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나의 정서와 시각이 달라진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금수저냐 흙수저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관계 속에서 양육되느냐가 중요하다. 부모, 조부모, 지역사회 어른 외에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무리 생애 초기에 정서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어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프로그램은 모든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돕기 위해 올해 전국 9000개 학교에서 운영하고, 우리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도 전체 초··고 학교에서 운영 준비 중이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6개의 모듈로 아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의사소통을 통한 경청, 표현 방법을 놀이를 통해 배운다.

친구 사이의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럴 수 있었구나! 그런데 상대방 입장과 내 입장이 이렇게 다르구나!’를 존중해주며 모두 다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본다. 학생들의 다양한 감정을 존중하고 불편한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해 본다.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 존중감을 갖고 나를 알고, 상대를 존중하며, 우리를 알고 한 걸음 나아가 나는 특별한 사람이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이며, 너 역시 이 세상에 가장 특별한 사람인 것을 알고 좋은 친구를 만나 배려하고 나눔으로 행복한 학교생활을 돕는 것이 학교폭력 예방 교육 어울림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학교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보다는 부모의 문제가 더 많이 보인다. 부모를 위한 6개 모듈도 함께 있으므로 관심 있는 부모에게도 교육 기회를 제안해 본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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