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엔 코시롱한 커피를 마시자
이 가을엔 코시롱한 커피를 마시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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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논설위원

터키의 속담에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말이 있다. 바로 커피에 대한 얘기다.

커피는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효과 때문에 처음엔 을 의미했다. 커피는 아랍을 거쳐 유럽에 전해지면서 프랑스의 카페(Cafe), 영국의 커피(Coffee)가 됐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된 커피가 어떻게 여러 대륙을 거치며 오늘날 전 세계에 걸쳐 가장 사랑받는 음료가 됐을까.

깊어가는 이 가을에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를 모아봤다.

커피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출발한다. 아비시니아 고원에 살던 양치기 소년 칼디는 양들이 붉은 열매만 먹으면 흥분해 뛰어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그 열매를 먹어 보니 신기하게 기운이 나고, 상쾌해져서 열매를 이슬람 사원으로 가져갔다.

사원에서는 커피를 주로 기도할 때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이슬람 도시로 빠르게 전파된다. 오스만 제국 때 이스탄불에 가누스 카프베라는 최초의 카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커피를 처음으로 재배한 곳은 아라비아의 예멘이다. 신기한 붉은 열매에 관한 소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홍해를 건너 예멘에 알려지면서 예멘이 처음으로 커피나무를 재배했다. 현대인들이 즐겨 마시는 모카 커피는 수출 항구인 예멘의 모카 항에서 유래됐다.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카페오레가 탄생한 건 모두 유럽에서였다. 그만큼 유럽은 커피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 마셨다.

커피에 우유를 타서 마시기도 했고 설탕을 넣어 커피 맛을 한껏 살리고 싶었던 건 프랑스의 루이 16세였다.

카페도 줄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유럽 최초의 카페가 생겼다.

1720년에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생긴 플로리안이 현재 존재하는 가장 오래 된 카페로 유명하다.

미국 사람들은 보스턴 차 사건이후 차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사람에게 홍차 대신 커피를 마시는 것은 자유에 대한 표현이고, ‘독립 운동이었던 셈이다. 이후 자연스럽게 커피는 미국의 국민 음료로 자리잡게 됐다. 커피 소비 1위의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애호가는 고종 황제였다. 1896년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를 때 처음 커피 맛을 보면서 즐겨 마셨다. 고종의 커피 시중을 들던 손탁은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점을 열었다. 1909년 남대문역 다방이 생기면서 대중들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1877년에 네덜란드 사람이 커피를 전해주면서 시작됐으며 1969년 세계 최초의 캔커피를 만들어 팔았다.

커피와 가을, 계절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는 시기에 커피 향은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해준다. 뒹구는 낙엽과 어울리기도 하고 약간 추운 듯한 바람이 몸속을 파고들 땐 더욱 그렇다.

가을은 계절 중 가장 짧다. 오는가 싶더니 저만치 벌써 가버리는 성질 급한 계절이다. 가을의 정취를 좀 느끼려고 하면 떠나려 한다. 화려했던 제주의 메밀꽃도 떠나고 들녘에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어대던 억새도 곧 떠난다. 단풍으로 가을을 장식하기도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쉽기만 하다.

그렇다면 어쩌면 좋을까. 코시롱 달코롬한 향기가 나는 커피나 마시자.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를 한 번 떠올리면서.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 새 날아 떨어져서, 또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중략) 백화점 아래층에서 커피의 알을 찧어 가지고는 그대로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전차 속에서 진한 향기를 맡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는 내 모양을 어린애답다고 생각하면서, 그 생각을 또 즐기면서 이것이 생활이라고 느끼는 것이다./(중략) 싸늘한 넓은 방에서 차를 마시면서, 그제까지 생각하는 것이 생활의 생각이다.’

낙엽 타는 냄새,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잘 어울리는 쓸쓸한 계절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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