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너무 다른 ‘공론화 조사결과’ 대응
정부와 너무 다른 ‘공론화 조사결과’ 대응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2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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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대한민국이 들끓었다. 사실상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양대진영이 원자력 발전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해 10월 20일 오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원전 공사 재개 여부’관련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공론위는 “건설 공사 재개 쪽을 선택한 비율이 59.5%로 공사 중단을 택한 40.5%보다 훨씬 높았다”며 공사 재개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청와대는 공론화위의 공사 재개 권고 발표가 끝나고 30분 뒤 대변인을 통해 "권고안을 토대로 후속 조치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공론화위원회 결정 4일 뒤인 10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단됐던 공사를 다시 재개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오늘 국무회의 논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가 현안을 결정하는 역사적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정부는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후속조치 과정에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다 아는 것처럼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핵심 국정과제였지만, 공론조사 결론에 따를 것을 약속했기 때문에 이를 수용했다.

비슷한 상황이 1년 뒤 제주에서 전개됐다. 이번에는 보수진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진영의 반대가 심했던 국내 1호 영리병원 허용여부에 대한 공론화 조사가 이뤄졌다. 지난달 4일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조사위원회는 “공론조사 결과 ‘녹지국제영리병원개설 불허’로 제주특별자치도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론조사에서 ‘영리병원 불허’를 선택한 비율이 58.9%에 달하는 반면, ‘영리병원 허가’ 답변이 해야 한다고 선택한 비율은 38.9%에 그쳤다. 공론화조사위는 올 4월초부터 6개월 동안 도민의 여론을 수렴해왔다. 그런데 제주도의 행보는 1년전 정부의 ‘신속한 결정’과 너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이해당사자간 협의 후 최종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세우면서 결단을 미루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제주도의회의 제주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쟁점이 됐다. 지난 18일 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고현수 의원은 “원희룡 지사가 조속히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향후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결정이 늦으면 늦을수록 이에 따른 소모적 논쟁이 뒤따르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 문제로 행정불신을 부추길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녹지국제병원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영리병원에 대해 도민들의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사실은 어제오늘 확인된 게 아니다. 이는 그 결과에 따른 정책결정을 준비할 시간이 넉넉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태 준비를 못했다면 그 자체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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