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전 편지, 옛 시절을 떠올리다…
70여 년 전 편지, 옛 시절을 떠올리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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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초등학교 초기 자료(1941년)
1943년 5월 12일자 편지(주문 및 송금).
1943년 5월 12일자 편지(주문 및 송금).

이국타향에 살다보면 떠나온 고향이 그리워지는 건 당연한 일일게다. 그 그리움에 고향을 떠올릴 수 있는 책이나 자료 등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곁에 두고 싶어지는 것도 인지상정이지 싶다.

이주해 온 지 이제사 8년차 밖에 안되는 필자가 제주를 고향운운하는 것은 오버겠지만 제 사는 곳에 관심이 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출장길에 만날 수 있는 제주 관련 자료에 눈길이 자꾸 가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지난 여름 오사카 출장길에 만난 한 자료도 한번 손에 들고 나니 다시 놓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다. 이렇게 반가운 자료를 만난 일은 무척 기쁜 일이지만 한가지 어려운 점도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제주 출신 교포가 많기로 유명한 오사카 아닌가. 애향심으로 말하자면 우리네 가운데서도 으뜸인 분들이 가장 많이 사시는 곳이다.

그 아름다운 고향 사랑이 관련 자료를 구하는 데는 무척 불리하다. 가뜩이나 우리네 관련 자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일본에서도 제일 인기가 많은 아이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떠나 이제는 보기 드문 자료인지라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얼마 전 우리 책방에서 인수하기로 결정되었다.

그게 바로 올해로 개교한 지 꼭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화초등학교의 초기 관련 자료이다.

193865일 세화공립심상소학교로 개교한 세화초등학교는 1941년 세화공립국민학교(細花公立國民學校)로 개칭한다. 그때 교장(校章)과 교기(校旗), 학예회용 막() 등을 새로 디자인해서 제작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이다.

이 자료는 당시 사토 미츠오(左藤光男) 교장이 교토에 있는 마츠오기상점(松尾旗商店)으로 1943년 발송했던 학예회용 막() 견적 신청 편지와 주문 및 입금 통지 편지, 관련 디자인 도면 3, 제주 소인(消印)이 찍힌 우편봉투 1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편지봉투 앞면.
편지봉투 앞면.
편지봉투 뒷면.
편지봉투 뒷면.

 

마츠오상보(松尾商報) 1937년 1월판 뒷면.
마츠오상보(松尾商報) 1937년 1월판 뒷면.

먼저 117일자 견적 신청 편지에는 예산 금액, 규격(7.5m×3.3m) 등과 1941년 교명이 바뀌었을 때 교기(校旗)도 구입했었다는 사실이 수록되어 있고, 희망하는 디자인 도면이 첨부되어 있다.

편지의 좌측 하단에는 상점 측에서 기록한 송료 등 상세한 견적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

512일자 주문 및 입금 편지에는 당일 대금 380원을 송금한다는 내용과 성산(城山)우편국을 통해 업무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수록되어 있고, 막에 사용될 교장의 디자인 도면이 첨부되어 있다.

혹여 당시에 만든 이 막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싶어서 문의해 보니 아쉽게도 남아있는 실물은 없었다.

아마도 19481234·3사건으로 7개 교실 및 부속 건물 소실될 때 함께 불탄 것으로 추정된다. 아쉬운 마음에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보니 운 좋게도 그 상점의 상품 안내 소책자인 19371월판 마츠오상보(松尾商報)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막 도착한 그 소책자와 편지 등 자료들을 한자리에 놓고 보니 70여 년 전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의견을 교환했을 선생님들의 모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한 번 버려져서 없어지면 그만인 것들이지만 살아남아 우리 곁에 있으면 모두 그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자료들이다.

세화공립국민학교 교장(校章).
세화공립국민학교 교장(校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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