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회의 꽃’이 되길
진정한 ‘의회의 꽃’이 되길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10.1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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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이 되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각 부처의 장(長)을 사무실에서 만나기란 하늘에 별따기이다.

이들을 손쉽게 만나려면 국회나 지방의회로 가면된다. 이 시기 국회와 지방의회는 수 많은 공무원들과 기자들로 북적인다.

‘의회의 꽃’이라는 국정감사(이하 국감)와 행정사무감사(이하 행감)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사실 상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정‘감사(監査)’는 말 그대로 국회가 국정 전반을 감독ㆍ조사하는 일이다. 국감은 국회가 빛을 발할 수 있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다. 이 때문에 세상에 보탬이 되는, 그러면서도 참신하고 재치있는 ‘의원의 질문’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보좌진들은 국감을 두고 ‘정기국회의 꽃’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제헌헌법부터 제3공화국까지는 헌법 상에서 의회의 국정감사권을 규정하고 일반감사와 특별감사를 구분했다. 국정전반에 걸쳐 의원 전원이 참여해 동일한 기간에 시행하는 것이 일반 감사이고, 국정의 특별한 부문에 한하여 국회법상 특별위원회가 행하는 것을 특별감사라고 했다. 이후 제4공화국 때 국정감사권이 부패와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가 제5공화국 헌법에서 특정한 국정사안에 관해서 조사할 수 있는 국정조사권(國政調査權)으로 변경되었고,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에서 국정감사권으로 부활됐다.

기자가 국회를 출입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국감 때의 긴장감은 잊을 수 없다. 지금과 달리 모든 국감자료 및 보도자료가 종이로 배포될 때여서 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각 의원실을 찾아 다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도 의원들은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지만 오프라인(?)인 시대여서 자료에 충실하고 자료를 컬러로 만드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국감장을 보면 한 편의 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고 이는 기자만의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해 국감에서도 ‘튀어야 산다’는 명제를 입증이라도 하듯 갖가지 일이 발생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벵갈 고양이’를 감사장에 들여와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하면서 포털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하더니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선동열 청문회’를 방불케한 문화체육관광위 국감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을 향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에 대해 집중 추궁하면서 “소신 있게 선수를 뽑은 덕분에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고 하지 마라”며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과하든 사퇴하든 하라”고 말했다. 야구 금메달을 깎아내리는 듯한 손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회에서 국감 때가 되면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다. 국감에 나서는 의원들은 사실, 의도, 태도를 신경써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정확한 사실에 기반해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질의할 때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금과옥조’와도 같은 말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 말이 사라진 지는 오래된 것 같다.

17일부터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제주도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됐다. 이번 행감은 국감과 마찬가지로 민선 7기 원희룡 도정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면서 도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각종 현안에 대해 도의원들이 잘못된 점을 검증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제11대 도의회가 출범할 당시 도민들이 많은 기대감을 가졌으나 몇 번의 ‘헛발질’로 지탄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감이나 행감은 여야 정쟁의 장소가 아니라 국민과 도민을 대신해 행정부 정책의 잘못된 부분을 검증하는 자리이다. 이번 국감과 행감이 진정한 주권이 실현되는 ‘생산적인 감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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