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발 오수 ‘고무줄 배출량’, 꼭 바로잡아야
대규모 개발 오수 ‘고무줄 배출량’, 꼭 바로잡아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1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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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중반까지만 해도 지방정부인 제주도는 대규모 외부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이는 당시의 시대 상황과 무관치 않다. 199712월부터 20018월까지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통해 국가 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한 뒤 범정부 차원에서 외화유치전이 전개됐다.

지방정부라고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더욱이 토착 자본이 빈약한 제주 입장에선 더더욱 외부자본을 통한 개발사업이 절실했다. 그 때문에 대규모 개발에는 항상 사업자를 위한 인센티브가 따랐다.

제주도는 최대한의 재량권을 행사했다. 대표적인 게 지방세 감면 등의 혜택이다. 그뿐만 아니라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도 절차 간소화와 행위 기준 완화 등 다양한 혜택이 나왔다. 현재 논란의 한복판에 놓인 대형 개발사업장 오수량 산정 기준이 오락가락한 이유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행정이 뒷수습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불편과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신화역사공원과 영어교육도시 사업이 대표적이다.

제주도가 최근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의하면 신화역사공원 개발사업 과정에서 이곳에 들어서는 숙박 시설 이용객 한 명이 하루 발생시키는 오수량을 의미하는 배출기준인 원단위의 경우 환경부 지침은 300지만, 제주도는 자체 하수도정비 기본계획 기준인 9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영어교육도시는 더 가관이다. 이곳은 숙박 시설과 이용인구의 하수 배출기준이 각각 9629로 축소됐다. 환경부 기준대로 오수배출 기준을 적용했더라면 신화역사공원은 6827t, 영어교육도시는 4919t으로, 이를 합하면 11746t에 이른다. 이는 대정·안덕 지역 하수를 처리하는 대정하수처리장의 용량 1500t을 초과하는 수치다.

결국 환경부 기준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배출기준을 적용하면서 하수가 집중적으로 발생할 경우 과부하가 빚어지고 있다. 이게 최근 발생한 제주신화역사공원 오수 역류 사태다.

이와 관련 도의회는 어제(17)부터 시작된 제주도와 제주도 산하기관 등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도의회는 다음 달부터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해 이번에 문제가 된 신화역사공원을 비롯해 대규모 개발사업장 인·허가 과정 전반을 살펴볼 예정이다.

도의회는 이번 기회에 이들 대규모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재량권을 가장한 편법과 불법은 없었는지 철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오수 발생량 증가가 불 보듯 자명했는데도 이를 처리하기 위한 하수종말처리장 확충 등 뒷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 또한 추궁해야 한다. 그래서 잘못된 정책 결정에 대해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전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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