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년 故 김선웅을 추모함
아름다운 청년 故 김선웅을 추모함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1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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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웅씨(20·제주한라대 1)는 지난 3일 개천날 새벽 3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인근에서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르던 할머니를 보았다.

김씨는 얼른 달려가 할머니 옆에 섰다. 그리고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마침 달려오던 차량에 치여 교통사고를 당했다.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서는 김씨에게 뇌사 판정을 했다. 살아날 가능성이 있을까. 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은 김씨가 생전에 한 약속대로 그의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선웅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며 가슴이 후벼지는 심정으로 장기 기증을 택했을 것이다. 지난 9일 한글날 마침내 선웅씨는 환자 7명에게 새 생명을 나누어 주고 생을 마감했다.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던 기타리스트 스무 살 청년 김선웅. 그는 이렇게 안타깝게 떠났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에서 어려운 이들을 돕다가 자신을 희생한 그의 숭고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다.

선웅씨는 6살 때 뇌진탕으로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있다가 3년 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늘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와 누나가 장기 기증을 서약하고 선웅씨 역시 기증 서약을 가족들에게 약속한 것도 먼저 떠난 그 어머니의 영향이었다.

사고 당시 CCTV를 보면 선웅씨가 수레 앞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함께 수레를 끌고 오르막길을 올랐다. 횡단보도에 들어선 사고 발생 직전의 순간에도 선웅씨는 함께 수레를 끌며 할머니에게 말을 거는가 하면(무슨 말인지는 모른다), 할머니 키에 맞춰서 허리를 구부리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정말 새벽의 아름다운 청년이다.

그리고 선웅씨가 세상을 떠난 후 누나가 김씨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컴퓨터 메신저 비밀번호가 잠겨있어서 못 풀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혹시 비밀번호가 엄마가 돌아가신 날이 아닐까 해서 쳐봤는데 맞았다는 것이다. 비밀번호를 열자, 선웅씨의 꿈, 그리운 엄마, 혼자 이야기가 많았음은 물론이다.

제주일보는 LG복지재단이 지난 16일 이런 김씨에게 의인상을 수여했다는 보도(본지 1017일자)를 하면서, 가슴 아픈 마음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한다.

가뜩이나 사회가 각박해지고 나만 살고 보자식의 이기주의와 몰염치, 방종과 불신이 판치는 상황에서 선웅씨의 고귀한 사랑이 던지는 울림은 실로 크다.

오직 나밖에 모르는 각박한 세태에서 선웅씨가 남긴 이야기를 다 독자 여러분에게 하지 못한다.

그가 새벽에 할머니와 함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CCTV 영상도 있는 만큼 정부가 그를 의사자로 지정하는 데 인색해선 안 된다.

짧은 생애를 살다간 의인 김선웅씨의 명복을 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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