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신비-(6)생명의 탄생
인체의 신비-(6)생명의 탄생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8.10.17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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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논설위원

새로운 생명의 탄생, 이것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단 하나의 세포(수정란) 속에서 아버지의 유전자 정보를 가진 염색체와 어머니의 염색체가 결합함으로써 시작된다. 결합해서 약 2시간 후에 수정란은 분열을 시작해 반복하면서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로 나누어져 가며(분화) 하나하나의 장기를 만들어 간다.

우리들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명칭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200종류 이상이다. 예를 들면 위장 하나만 보더라도 위산을 내는 세포, 위벽을 보호하는 점액을 내는 세포, 위를 움직이는 근육 세포, 혈관을 이루는 세포 등 수많은 세포가 존재한다. 각각의 장기는 여러가지 종류의 수많은 세포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을 할 수 있고 우리들의 신체가 성립되는 것이다.

도대체 세포에서 어떤 작용이 있길래 단 하나의 수정란이 200종류 이상의 세포로 나누어져 가는 것일까? 이것이 생명 탄생의 신비적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신 연구에 의해 이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밝혀졌다. 즉 세포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메시지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수정란 속에는 이 물질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최초로 만들어지는 장기는 무엇일까? 수정란 세포가 어느 정도 늘어나면 일부 세포는 ‘WNT’라는 메시지 물질을 내기 시작한다. WNT심장을 만들어라는 메시지이고, 심장 세포가 만들어진다.

심장 세포는 다른 메시지 물질인 ‘FGF’를 만들어 낸다. 이것은 간장을 만들어라는 메시지다. 이 메시지가 근처 세포에 닿으면 간장 세포가 만들어진다.

이같이 스위치(S/W)가 차례로 옮겨가면서 다음 장기가 만들어진다. 이른바 도미노식 전자동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경이롭게 장기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고 생각되고 있다.

또 수정란이 만들어 내는 메시지 물질에는 자궁에 착상하기 위한 ‘HCG’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미국 록펠러대학 알리 블리밴로 교수가 샬레(배양접시)에 자궁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수정란에서 HCG가 방출되는 모습을 영상으로 잡은 것이다.

HCG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여기 있어요라는 것인데, 수정란이 엄마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HCG는 엄마의 난소에 작용해 그 결과 자궁 내막이 두껍게 돼 수정란이 착상하게 된다.

심장이나 간장과 같은 장기가 만들어지기까지에는 하나의 메시지 물질이 아니고, 수많은 메시지 물질이 관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메시지 물질의 조합(組合)과 타이밍(Timing)이 조금이라도 틀리거나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제 장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전혀 다른 세포가 만들어져 버린다는 것이 알려졌다. 결국 세포들 상호 간에 아주 정밀하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놀랄만큼 정교한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알게 된 것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iPS 세포(인공 다기능 간()세포, 피부 등 체세포의 배양에 의해 조직이나 장기 세포로 분화)ES세포(세포, 자기복제와 분화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미분화 세포)를 이용한 연구 결과에서 얻은 것이다.

이들 세포는 수정란에 가까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샬레에서 실험해 세포가 분화해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현재 세계의 과학자들이 iPS 세포나 ES 세포에 메시지 물질을 인공적으로 집어넣어 여러 가지 장기를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장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복잡해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메시지 물질에 주목해 연구하고 있어 하나씩 해명해 나가고 있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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