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두 얼굴
시간의 두 얼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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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수필가

청량한 9월은 음미할 여유도 없이 가버렸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이 고맙다. 한 달 간, 시간이 무거운 짐들을 다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몸은 만신창이로 축 늘어져 버렸지만 마음은 홀가분하다. 두 형제 내외만 10여 기의 선산에 벌초를 했고 추석과 두 번의 기제사를 치르니 10월도 중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힘겹던 일상을 시간이 갖고 가서 마냥 후련한데 한편으로는 좋은 계절이 쏜살같이 흘러버려 아쉽다. 시간의 두 얼굴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인간은 하루도 시간의 개념을 떠난 일상을 상상할 수 없다. 시간의 흐름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상대적 잣대로는 펼치기도 하고 좁히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도 절대적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와 상대적 시간의 신이자 기회의 신인 카이로스가 존재한다.

절대적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배척의 속성을 지니며 살아가는 것들의 생명을 어김없이 앗아간다. 크로노스의 오른손에 쥔 모래시계가 멈추지 않는 한 어김없다.

상대적 시간은 현재를 살면서도 타임머신을 등장시켜 과거와 미래로 시간여행과 시간 상상을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상대적 시간의 신인 카이로스는 무척 재미있는 형상이다. 여유로운 면과 함께 지조가 강하긴 해도 위트가 넘친 모습이다. 우선 그의 머리를 보면 앞머리는 무성한데, 뒷머리는 머리털이 하나도 없는 대머리이다. 그리고 그의 어깨와 양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손에는 저울과 칼도 들고 있다. 기묘한 형상이지만 뜻은 깊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카이로스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그를 발견했을 때는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배려함이다.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그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붙잡지 못하게 한다. 어깨와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다. 손에 잡은 저울과 칼은 기회가 있을 때는 저울같이 정확히 판단해야 하며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칼과 같이 빠르게 결단하라는 암시의 의미인 게다.

기회는 놓치면 좀처럼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주지시키는 데 이외에 무슨 말을 보탤까 싶다. 시간의 포착을 형상화한 모습을 보며 다시금 감탄한다. ‘이 때가 기회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평소와는 달리 시간이 순식간이라 아쉬웠던 경험을 떠올리니 머리가 절로 끄덕여진다.

세계는 여삼추의 시간을 요하는 일이 항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 국내외적으로 복잡다단한 정세에 휘몰리고 있다. 남과 북이 커다란 기로에 서있다. 이때가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칼과 저울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빠르게 결단하되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너 나를 위한 한민족끼리 결속, 이에 더 뭣이 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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