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주인은 도민...소통.협력해 미래 비전 공유해야"
"제주 주인은 도민...소통.협력해 미래 비전 공유해야"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10.16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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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기 이니스프리모음재단 이사장 '제주의 미래를 말하다'
환경친화적 행동 양식.순환경제 제안
1차산업 기반 6차산업 활성화 바람직
박문기 이니스프리 모음재단 이사장이 지난 5일 서귀포시 한 호텔에서 진행된 본지 창간 73주년 기념 특별 대담에서 농업의 재도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문기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이하 모음재단) 이사장은 본지 창간 73주년을 맞아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제주를 강타한 지난 5일 서귀포시 회수동에 위치한 WE호텔에서 ‘제주를 말하다’를 주제로 진행된 특별 릴레이 대담에서 제주의 근간산업인 농업의 재도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척박한 토양과 바람 많은 환경 속에서 ‘가난의 대물림’을 탈피하게 해 준 농업의 침체를 우려하며 제주의 생존기반인 농업의 부활을 통한 6차산업 활성화에 제주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박 이사장은 이와 함께 개발이나 보전의 극단적인 양자택일이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주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환경친화적 행동 양식, 함께하는 성장, 순환 경제를 제주의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제주가 블록체인을 비롯한 첨단 산업 유치 등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하는 노력에 공감한다”라며 “제주인의 뿌리이자 생명의 원천인 1차 산업의 육성과 이를 통한 6차산업의 발전과 병행한 환경친화적 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라고 설명했다.

■제주는 최근 개발과 보존에 대한 입장차가 극명한데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비전은.
-한때 보전보다 개발이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땅은 척박하고 돈도 사람도 적었던, 그래서 대다수가 먹고 살기 힘들었던 1960~70년대 제주가 그렇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것이 변했다. 제주의 산과 바다는 수많은 건물과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고 이로 인한 자연환경의 훼손, 오염,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무분별한 개발은 지양하되 자연생태 보전을 전제로 한 개발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개발이나 보전은 극단적으로 양자택일하게 되면 더 이상의 사회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연이 스스로 원상복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균형적인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환경친화적 행동 양식, 함께하는 성장, 순환 경제를 비전으로 제안한다. 도민들은 당장의 경제적 이익보다 환경과 사회 친화적 편익을 추구해야 하고, 나는 물론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성장, 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 제주의 백년대계는 몇 사람의 힘으로만 이룰 수 없다. 도내 각 주체들이 소통하고 협력해 조화롭게 동행해야 할 것이다.   

■제주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이고, 제주의 현재 상황에 맞는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제주의 자연생태적ㆍ사회경제적ㆍ문화예술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러한 가치는 모음재단이 추진하는 자연생태 보전 및 발굴, 지역경제 활성화, 문화예술 지원 등 3대 사업 분야에도 담겨 있다. 또 마을기업과 제주형 인재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청정과 공존’이라는 제주의 미래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 가치의 연장선에서 현재 제주에 필요한 시대정신으로 ‘공유’를 꼽고 싶다. 공유는 말 그대로 나만의 것이 아닌 둘 이상이 함께 소유하는 것을 뜻한다.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함께 지키고 나누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은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하고, 자본은 고르게 선순환해야 하며, 문화를 통해 서로 이해해야 합니다. 모음재단은 제주에 가치를 더하는 공익활동을 통해 그 혜택을 제주도민들이 고루 누리는 지속가능한 재단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모음재단은 제주 자연상태 보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제주의 자연에 주목한 이유는.
-제주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3대 경관 유산에 모두 등재된 세계 유일의 자연 보물섬이라는 점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세계는 제주 자연의 과학적 중요성과 생태, 역사, 문화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유네스코 3관왕이라는 수식어에만 집착했지 이 명예로운 타이틀을 어떻게 유지ㆍ계승할 지 깊게 고민하지 못 했다. 모음재단은 공익을 추구하는 제주 기반의 민간재단으로서 이런 부분에 대한 반성에서 출범했다. 제주를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선 사람과 자연의 조화가 필수적이고 그 조화를 위해선 사람들이 자연을 최소한으로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 조성과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적 요인으로 관광과 기타서비스 등 3차 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향후 첨단 산업구조로의 개편을 차치하고 현재로선 청정한 제주 자체를 브랜드화하고 관광산업의 내실을 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천혜의 자연환경을 아끼고 지키려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로 제주관광의 격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한다. 모음재단은 제주의 각 주체들과 함께 힘을 모아 제주에 가치를 더하고 품격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모음재단은 미래 인재 육성을 중요시하는데 미래 인재는 어떤 모습이며 이를 양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강구돼야 하는가.
- 현재 제주사회 이슈 중 하나인 블록체인을 위시한 첨단 산업 유치 움직임은 도민 공론화 여부를 떠나 큰 방향성에 공한다. 제주의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하는 것이고,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해한다. 다만 이와 동시에 1차 산업에 기반한 6차 산업 활성화와 인재 양성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제주는 1960∼70년대 농업과 수산업, 축산업이 경제의 중심이었다. 당시 개인적으로는 감귤나무 품종 개발과 농가 보급, 차나무 개간 등에 매진하기도 했다. WTO 출범 등 세계화의 물결 속에 안타깝게 쇠퇴하긴 했지만 1차 산업은 여전히 제주인의 뿌리이자 생명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모음재단은 출범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기업과 제주형 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이긴 하나 IT-BT 융합교육을 수료한 청년들은 차별화된 역량을 쌓아 농어촌 마을을 찾고 있고, 고령화된 마을에는 서서히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물론 침체된 농어촌과 1차 산업이 단번에 도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제주의 뿌리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 농어민에 대한 역량 교육, 첨단 산업 인재와 마을과의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 보다 풍요로운 제주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제주의 미래 지향점은 무엇이며,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최근 제주도민들이 ‘개발 지속’보다 ‘환경 보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접했다. 모음재단의 이사장인 공인으로서나 제주도민의 한 사람인 사인으로서 사려 깊은 사고라 판단한다. 제주도민들은 땅을 팔고 건물을 지어서 생기는 경제적 이득 보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를 심고 가꾸는 것이 제주의 미래 경쟁력이라고 인식하고 계신 겁니다. 저 역시 앞서 언급했듯 평소 환경친화적 사고와 생활 태도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심결에 생활쓰레기를 거리에 버리지는 않는지, 편하다는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등 일상에서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어떤 행동이 나와 우리 가족, 우리 제주사회에 편익을 주는 지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도민과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년들이 직장을 찾기 위해 떠돌아다니는 것은 자연 현상이다. 제주도는 일터가 없기 때문에 출향하게 된다. 문제는 출향한 도민들에게 도민이 어느 만큼 아끼고 관심을 가져주느냐이다. 출향인들은 제주도에 투자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이기 때문에 이들이 투자한 것을 환급받아갈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면 유대가 커지고 제주가 커지는 것이다.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각종 제주 현안을 놓고 극과 극의 대립을 보이고 있는데 가슴이 아프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은 타협을 통해서 최적의 결실을 얻는 것이다. 합법적이 안 되면 합리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된다. 시대가 바뀌어도 그 당시의 시대적 소명이 있다.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것이 있다. 그것을 따라주는 것이 정치이고 정책이다. 그것에 맞춰서 법도 따라가야 한다. 무조건적인 반대만 한다면 피해는 누가 볼 것인가. 제주는 우리가 주인이다.<끝>
대담=부남철 부국장ㆍ사진=임창덕 차장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은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은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인 이니스프리가 100억원의 기부약정을 통해 2015년 제주에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인 고(故) 서성환 은 사라져가는 우리 고유의 차(茶) 문화를 계승 전파하기 위해 1970~90년대 서귀포시 일대에 총 100만평 규모의 제주차밭을 일궈냈고, 2000년에는 국내 최초의 자연주의 브랜드 이니스프리를 탄생시켰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런 제주와의 인연과 제주로부터 받은 사랑과 혜택을 제주에 화원하기 위해 2015년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을 설립했다.
 올해 설립 3년을 맞은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은  오름 탐방로에 설치된 폐타이어 고무매트를 친환경 야자매트로 교체하고 식생 안내판을 설치하는 ‘제주다우미’ 그린 봉사활동이 대표적인데, 현재까지 남송이오름과 금오름, 돝오름 등 9개 오름 탐방로 6745m 구간을 새롭게 정비했습니다. 아울러 이 과정에 전국 자원 봉사자 800여 명의 참여를 이끌어내 제주를 배우고 지키며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제주지역 농업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의 일환으로 감귤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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