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신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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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1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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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심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논설위원

우리는 신의 존재를 어디에서 느끼는가? 찬바람이 부는 요즈음과 같이 생명력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점차 초록빛의 잎이 돋아나고 그 잎 사이로 각양각색의 환상적인 꽃이 필 때 초기 인류들은 신의 존재를 느꼈으리라.

그래서 우리 제주신화에는 꽃을 관장하는 꽃감관이 등장한다.

한 마을에 김국진과 임국진이란 사람이 사는데 자식이 없었다. 두 사람은 백일 불공 끝에 각각 아들과 딸을 얻고 김국진의 아들은 사라도령, 임국진의 딸은 원강암이라고 지었다. 두 집안은 구덕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구덕혼사를 치렀고 두 아들과 딸은 열다섯 살을 지나 스무 살이 되자 태기가 있고 몸이 불러온다. 사라도령은 서천꽃밭의 꽃감관으로 오라는 천상의 부름을 받게 되고 원강암과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여정 도중 임신한 원강암이 병을 얻자 제인장자라는 거부에게 종으로 팔리기를 원해 사라도령은 그녀를 종으로 팔고 서천꽃밭을 향한다. 종으로 팔린 원강암은 할락궁이를 낳고 제인장자의 수청 요구에 시달리며 고난을 겪는다. 할락궁이는 서천꽃밭을 찾아가 아버지를 찾고 신표인 쪼개진 얼레빗을 맞춰 부자 사이임을 확인한다. 이후 하늘에서 원강암의 죽음을 보게된 할락궁이는 수레멜망 꽃, 웃음웃을 꿏, 환생 꽃을 꺾어 들고 내려가 제인장자 가족 일당을 죽이고 어머니를 환생 꽃으로 살린다. ‘이공본풀이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인도 신화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캐릭터와 소재를 사용해 성공한 영화 작품으로 3D 영화의 신기원을 보여준 아바타’, 지구 멸망을 그린 ‘2012’, ‘라이프 오프 파이등이 있다. ‘타이타닉아바타를 제작한 거장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나의 오랜 꿈은 인도의 대서사시 신화 마하바라타라마야나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주신화 역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인과 연의 소재로 활용됐고, 이공본풀이 역시 아직 영화는 아니지만 신과 함께-할락궁이카툰과 그림책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신화의 스토리는 영화가 최종의 골은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디자인담당관실을 설치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만큼 제주관광이 자연에서 문화관광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신화 이야기가 도심 속에서 재탄생돼 사람들 틈에서 이야기되고 신화 관련 미술 작품과 연극 등 제주의 이야기로 문화예술이 거듭날 때 성공할 수 있다. 신화 축제가 다시 부활하고 제주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신화 콘텐츠가 살아 움직이면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가 관광거리가 된다. 이젠 제주신화의 스토리를 장소와 연결해 제주지역의 도시브랜드로 세련되게 재정립할 때다.

이공본풀이의 서쪽하늘로 간 사라도령은 구제주의 서사라와 연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인장자의 수청을 거부한 원감암의 사라도령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깃든 서사라인 것이다.

서사라는 봄에 벚꽃축제의 명소이기도 해 서천꽃밭과 연결될 수도 있고 이공본풀이의 사라도령을 모티브로 사랑하는 연인들의 인연을 이어주는 장소로 이야기를 확장할 수도 있다. ‘서쪽으로 간 사라도령-서사라와 동쪽의 사라봉 이야기처럼 마을지명에 신화 이야기를 투영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제시하는 등 옛날 제주어 마을이름과 그 마을의 이야기를 엮어내면 재미와 위트가 더해져 기억하기도 좋다.

제주 마을 만들기 사업과 더불어 마을 곳곳마다 각 지역별 신화 이야기 소재로 지역 브랜드를 만들어 마을의 특산물과 연계한 1차 농산물, 2차 관광으로의 유통, 3차 마을 관광으로 찾아온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6차 산업을 위한 문화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등 각 지역 이름과 신화 이야기가 제주 관광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제주도의 디자인담당관실이 독립돼 설치된 만큼 제주도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와 앞으로 무엇이 경쟁력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적어도 800년 이전에 전해졌다고 생각되는 제주 신화 이야기가 앞으로 제주의 경쟁력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나 어떻게 무엇을 통해 보여주고 상품화해야 할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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