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사진 뿐" 제주 억새 명소가 짓밟힌다
"남는 건 사진 뿐" 제주 억새 명소가 짓밟힌다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8.10.16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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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오름 관광객들로 몸살
인증샷 혈안에 질서의식 뒷전
탐방로 외 출입금지 안내문 무색
16일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새별오름은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지만 관광객들이 탐방로를 벗어나 억새들을 짓밟고 사진을 찍고 있어 곳곳에 억새가 꺾여져 있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16일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새별오름은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지만 관광객들이 탐방로를 벗어나 억새들을 짓밟고 사진을 찍고 있어 곳곳에 억새가 꺾여져 있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여기도 은빛색깔이 잘 나오겠다. 이번엔 이쪽으로도 들어가봐.”

가을 억새로 유명한 제주지역 관광지가 일부 매너 없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16일 오전 찾은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은빛 억새 풍경이 뛰어난 관광지답게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호남권 고등학교 수학여행단과 가족 등 다양한 관광객이 새별오름을 찾으면서 이날도 오전 내내 붐볐다.

문제는 일부 관광객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릴 ‘인증샷’을 찍겠다며 탐방로를 벗어나 억새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고등학생은 “이런데서 길은 만들어 가는거야”라며 친구들을 이끌었고 억새는 줄줄이 꺾였다. 그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주차장에 머물고 있었다.

한 관광객은 “탐방로로 가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오름 초입부터 억새밭을 휘젓고 다니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처럼 일부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탐방로를 벗어나 사진을 찍는데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푸드트럭 업주는 “매번 탐방로가 아닌 곳으로 가면 안된다고 하지만 소용없다”며 “무질서에 애꿎은 제주만 훼손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다른 사람들이 밟아 놓은 곳에서만 사진을 찍겠다고 둘러대는 관광객도 많다”고 설명했다.  

제주시와 애월읍은 오름을 보호하고 관광질서를 위해 수시로 순찰 및 계도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제주시는 ‘탐방로 외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까지 설치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단속할 수 있는 상주 인력이 없어 안내문을 설치했지만 억새철이면 관광객에게 밟히는 억새가 너무 많다”며 “수시로 계도 활동을 하겠지만 관광객들의 기초 질서의식 없이는 매년 이런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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