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 향한 믿음, 위대한 아름다움을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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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1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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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55)삶의 원초적 모습을 지닌 남인도를 찾아서(14)-스리 미낙시 사원
스리 미낙시 사원 사방에 서있는 고푸람(Gopuram·탑문).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악마를 조각으로 새겼는데 그 수가 무려 3만3000개에 달한다.

 

밤새 기차 환기통에서 나오는 냄새를 맡아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멍멍합니다. 새벽에 드라비다 문화의 근거지라 할 수 있는 사원의 도시마두라이(Madurai)에 도착했습니다. 인구가 많다더니 과연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이곳 사람들은 다른 인도사람들보다 얼굴이 좀 더 검게 보일 것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네요. 마두라이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번화한 도시로 곳곳에 많은 사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거리를 한참 달리는데 멀리 하늘 높이 솟아 있는 한 건축물이 눈길을 끕니다. 바로 스리 미낙시(Sri Meenakshi) 사원의 고푸람(Gopuram·탑문)입니다.

스리 미낙시 사원은 이곳 마두라이의 상징으로 면적이 6에 이르고 6m 높이의 거대한 석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또 사방에 고푸람이 높이 솟아 있어 도시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힌두 사원 가운데 하나로 시바신의 또 다른 화신인 순다래슈와라(Sundareshwara)와 그의 신비(神妃) 미낙시(Meenakshi)를 모시고 있습니다. 다르게는 미낙시 순다래슈와라 사원으로도 불리며 북인도에는 타지마할, 남인도에는 스리 미낙시라고 할 만큼 대단한 건축물로 유명합니다.

2500년 전 판드야(Pandya) 왕조 때 세워졌으나 1623~1660년 당시 지배자였던 티루말라이 나야크(Tirumalai Nayak)가 대대적인 공사를 벌여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합니다.

미낙시와 관련된 신화도 전해지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합니다.

사원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기둥들. 기둥마다 각기 다른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사원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기둥들. 기둥마다 각기 다른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미낙시는 물고기 모양의 눈을 하고 3개의 젖가슴을 지닌 여인이었답니다. 미낙시는 어느 날 히말라야 카일라스에 그녀의 남편이 될 시바신이 사는데 그를 만나야만 가운데 젖가슴 하나가 사라질 것이다라는 예언을 듣게 됩니다. 마침내 히말라야에 도착한 미낙시는 시바신을 만나게 되고 예언대로 가운데 젖가슴 하나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히말라야 카일라스는 지금도 불교와 힌두교, 자이나교의 성지로 여겨져 매년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산입니다.

사원에 들어가려면 반바지나 짧은 치마 차림을 하면 안 되고 카메라 등 일체의 물건을 몸에 지닐 수 없습니다.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 벗어야 합니다. 그나마 휴대전화는 지니고 들어갈 수 있어 다행히 실내 모습을 몇 장 찍을 수 있었습니다.

사원은 사방으로 45~50m 높이의 고푸람이 서있는데, 이 고푸람을 장식한 조각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악마를 새긴 조각이라는데 그 수가 무려 33000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정문을 지나 사원 내부로 들어서니 마침 무슨 행사가 열렸는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인파에 묻혀 정신없이 가는데 사원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기둥들이 눈에 띕니다. 기둥마다 다양한 신들과 말, 코끼리 등의 모습을 조각했는데 어느 것 하나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군요.

1000여 개의 돌기둥으로 세워진 거대한 사원. 북인도의 타지마할과 견줄 만하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듯합니다.

사원 곳곳에서 성직자들이 순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원 곳곳에서 성직자들이 순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원 가운데에는 커다란 연못이 만들어져 있는데 사람들이 그 주변에 모여 앉아 있습니다. 마침 사원 안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고 해 볼거리가 생겼구나좋아했는데 군인 복장을 한 사람이 아무나 들어 갈 수 없다며 막아서네요.

사원 곳곳에서는 인도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들이 무척이나 특이한데 카메라가 없어 무척 아쉽네요. 왜 카메라를 지니지 못하게 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한쪽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뭔가 하고 뒤에 가서 섰더니 외국인은 안 된다고 가로막네요. 이곳이 바로 미낙시와 순다래슈와라를 모셔 놓은 두 신전이라고 합니다. 힌두교 신자에게만 공개되고 외국인과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답니다.

인파에 치이고 밀리다 보니 자세히 봐야 할 곳이 많은데도 결국 밖으로 나오고 말았습니다. 바닥에 깔린 돌들은 햇볕에 달궈져 얼마나 뜨거운 지 도저히 맨발로 걷기 힘들군요. 그런데 인도사람들은 불편 없이 걷고 있어 자세히 봤더니 흰 페인트를 칠해 놓은 곳을 걷고 있네요. 발을 대보니 의외로 뜨겁지 않습니다. 대단한 지혜군요.

사원을 찾은 신도들이 기도를 하기 위해 소 모양을 한 신상 앞에 불을 피워 놓았다.

 

사원 내부를 제대로 촬영 못했으니 밖에서 전경이라도 찍어보자 생각하고 주변 건물을 살폈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기 어렵군요.

한 여행객이 이 사원을 돌아보고 남겼던 글이 생각납니다. “근처에 미낙시 사원이 한 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을 지어서 호텔과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면 대박날 것 같다.”

사원 주변의 높은 건물은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래도 혹시?’ 하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자 가이드가 그만 포기하라며 다음 코스로 가기를 재촉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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