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제주체육 미래 찾는 계기 돼야
전국체전, 제주체육 미래 찾는 계기 돼야
  • 홍성배 선임기자
  • 승인 2018.10.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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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국체육대회가 내일(12일) 전라북도 일원에서 개막해 18일까지 일주일간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를 대표한 선수와 임원 4만7000여 명이 참가해 47개 종목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게 된다.

올해 전국체전은 몇 가지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먼저 제99회 대회, 즉 내년 100회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이다. 전국체전은 일제강점기 때인 1920년 경성부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현재까지 이어지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대한민국 스포츠 선수들의 실력을 높이고 위상을 알리는 목적 외에 전국 시‧도의 우정과 화합을 다지는데도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일정 기간 대회가 열리지 못하는 등 전국체전에는 우리 근‧현대사의 굴곡과 아픔도 그대로 배어있다.

이번 체전은 한국 근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서울올림픽 30주년에 열리는 대회여서 의미를 더한다. 1988년 9월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한반도에서 열린 제24회 하계올림픽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동안 ‘코리아’하면 전쟁과 분단, 독재체제 정도를 떠올리던 지구촌에 올림픽 경기 현장뿐 아니라 ‘한강의 기적’이 전파를 타고 퍼져나간 것이다. 유럽에 살던 한 지인은 “한국뉴스라고는 최루탄과 화염병밖에 나오지 않아 한편으론 창피하고, 한편으론 고향의 일가친척 걱정이었던 시절”이라며 서울올림픽이 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감격해했다.

우리나라는 1964년 도쿄올림픽을 치른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며 전쟁과 빈곤, 불안의 이미지를 떨쳐내고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바탕에 전국체전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제주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핫 플레이스로 부상해 ‘제주로, 제주로’ 열풍 속에 상종가를 누리고 있지만 단순 관광지로 여겨지던 시절이 그리 멀지 않다. 전국체전과 전국소년체전을 치르며 주변 환경과 사회간접자본이 상당 부분 정비되고 확충됐다. 또한 수적 열세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제주체육 경쟁력 제고의 단초를 마련하는 계기를 갖게 됐다.
스포츠의 위상과 역할이 이처럼 주목받지만 정작 운동선수로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맹렬한 지난 여름의 무더위에도 묵묵히 굵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모두가 메달을 목에 걸 수는 없는 일이다. 1위가 있으면 꼴찌도 있어야 하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인 것이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에서도 보듯 일부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는 메달리스트가 반짝 관심을 받을 뿐 평소는 무관심의 대상인 경우가 많다. 전국체전은 추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개인은 물론 내 고장의 명예를 걸고 출전하지만 의례적이고 1회성인 응원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그조차 체육인과 일부 뜻을 같이하는 업체와 단체에 한정된다.

요즘 제주교육이 현장, 특히 아이들이 중심에 선 교육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함이다. 제주체육도 현장, 그리고 선수들에 초점을 맞춰야 함은 당연하다. 현장에 있다는 답이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구두선이 되기 십상이다. 이번 체전에 제주도선수단은 34개 종목에 선수와 임원 693명이 출전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출전하지만 이들에게는 꿈을 이루고 자신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라는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체전 기간 이들이 투혼을 발휘하는 전라북도의 경기장은 제주체육의 현실을 접하는 현장이 될 것이다. 제주도, 제주도교육청, 제주도체육회 관계자들은 이번 체전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돌아올까. 100회를 앞둔 이번 체전이 현장에서 제주 체육의 미래를 찾는 생산성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홍성배 선임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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