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위기 2
대학의 위기 2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1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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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 제주한라대 교수·논설위원

정부는 지난 8월 말 대학 기본역량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51차 대학 구조조정에서 대입 정원을 56000명가량 줄였고, 이번에 다시 2만 명 수준을 줄인다.

촛불혁명에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정책 대부분이 이전 정권과는 정반대의 지향점으로 가고 있지만 유독 대학정책만큼은 그 연장선 상에 있다.

대학 구조조정대학 기본역량진단이라고 용어만 바꿨다. 대입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

올해 수험생은 2000년생으로 밀레니엄 베이비. 수험생 입장에서는 유독 대학 진학이 어려워진 해이고, 대학의 입장에서는 잠깐 숨을 고를 여유가 있는 해이기도 하다.

전국적 통계를 접어두고 제주지역 대입학령인구만을 봤을 때, 올해는 7600명으로 전년대비 약 3%가 증가했다. 그러나 다시 내년 2019년에 600명이 줄어든 7000여 명, 2020에는 700명이 줄어 6300명으로 감소한다. 불과 2년 사이에 1300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차트는 상승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다.

통계적으로 제주지역에 있는 고등학교는 5개 내외, 대학 정원으로는 1개 대학 정도가 문을 닫아야 맞는 수치다. 먼 미래에 벌어질 일이 아니고, 당장 2년 이내에서 겪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대학의 고민이 깊어진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80%가 넘는다.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과거 산업화 시대 국가 재정이 튼튼하지 못한 시절 고등교육의 기능을 사학에 의존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평균 62%가 넘는다. 즉 대학 운영 수입 대부분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0년 동안 대학의 등록금은 정권의 컬러에 관계없이 동결이었다. 반면 교육서비스라는 상품가격이 지난 10년 동안 동결됐고 대학 경영에 드는 비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제 대부분의 사립대학에서 등록금 수입대비 인건비 비중이 70%를 넘어서고 있다. 기업의 논리로 본다면 파산이라는 정해진 지점으로 성큼성큼 다가서는 형국이다.

국가의 재정 지원도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출구가 막힌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에 더 목매게 됐지만, 국가의 재정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교육역량 사업’, ‘특성화 사업’, ‘일반 재정지원 사업등 용어만 바꿨을 뿐 재정 지원의 규모나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못했고, 가치 창출적이지도 못했다.

교육부의 등록금 정책은 매우 이중적이다. 교육부는 한 쪽에서는 매년 법정 등록금 인상 한도를 최근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적용해 허용하고 있지만, 그 반대 쪽에서는 조금이라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가차 없이 불이익을 줬다. 그러니 대학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부터 직업교육분야에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을 도입했다. 모든 대학과 직업교육기관에서 가르쳐야 할 직무 내용을 무려 948개까지 표준화했고, 모든 교수는 NCS에서 정한 모듈과 방법으로만 교육을 하도록 획일화했다.

NCS를 도입하지 않는 대학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확고히 못을 박았다. NCS가 목표로 했던 것은 표준(Standard)이었는데,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교육에서 요구되는 학제 간 연구(Inter Disciplinary), 융합(Convergence),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는 역방향으로 나침반을 맞춘 것이다.

그동안 NCS에 워낙 예산이 많이 투입됐고, 이해관계가 많이 걸려 있어 유지도 폐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며칠 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새로 취임했다. 교육 분야에 남아 있는 소위 교육적폐를 빨리 실행하고 나라다운 나라교육다운 교육을 기대한다. 우리나라 대학이 위기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날은 저물고 가야할 길은 멀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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