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많은 비를 뿌리던 태풍이 지나가고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태풍 끝에 피어난 하늘은 유독 높고 푸른 가을빛을 뽐낸다. 그 한 자락에는 하늘하늘 억새의 흔들림이 눈부시고 점점이 뿌려진 눈꽃처럼 앙증맞은 메밀꽃도 어른거린다. 바다의 푸른빛은 그 깊이를 더한다. 그렇게 완연한 가을, 제주시는 책과 만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책으로 가득한 섬, 제주-제주독서문화대전’이 ‘글의 곶자왈’이란 부제를 달고 두 번째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바다를 향한 그리움으로 탑동광장을 내달리던 책들이 올해는 신산공원의 푸른 숲 사이,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제주시민들을 만나게 된다. 다양한 책을 읽고 쓰고 만들면서 우리를 서로 잇게 만들 책들의 두 번째 잔치가 뿌듯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어린 독자들을 위한 ‘책과의 한판 승부!-울려라 독서골든벨’이 처음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제주독서문화대전의 마지막 날인 오는 14일(일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90여 분간 진행되는 독서골든벨은 사전 신청을 한 도내 초등학생 3~6학년 100여 명이 신산공원 야외마당에 모여 책과의 한 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답답한 실내에서 벗어나 신나게 책 이야기와 숨바꼭질을 하게 될 어린 독자들의 유쾌 발랄한 떠들썩함이 그려져 벌써부터 흐뭇해진다. 보일 듯 말 듯 숨어버린 이야기의 흔적을 찾아 골몰하는 어린이의 모습도, 잽싸게 찾아내고서 의기양양 웃음 지을 어린이의 모습도 한바탕 즐거운 승부로 함께 나누는 독서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의무감으로 읽는 생기 잃은 책읽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동무들과 놀 듯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책읽기였으면 좋겠다. 그 시작이 ‘2018 제주독서문화대전’이고 책과 아이들의 숨바꼭질, ‘독서골든벨’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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