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단풍잎에 묻어나는 어머니 말씀 그립다
붉은 단풍잎에 묻어나는 어머니 말씀 그립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0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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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바다 번암 연구소 대표·고대해양탐험가

나는 이 나라의 어머니들을 사랑합니다. 나는 이 나라의 아들과 딸들을 사랑합니다.”

이 땅에서 고조선이 건국된 이후 많은 나라들이 명멸해 갔다. 이들 나라에는 위대한 어머니들이 있다. 시월에 들어서 이런 위대한 어머니를 떠올려 본다.

이 가운데 고려의 어머니, 포은 정몽주의 어머니와 일제 강점기 안중근의 어머니를 생각해 본다. 정몽주는 고려 말 개혁과 부국강병을 주장했던 대표적인 선비이며 충신이다. 그는 강한 고려를 지키려 했다. 하지만 싸늘한 죽음을 맞았다. 팔순 어머니는 아들이 의로운 세상을 열어 가길 바랐다. 나라를 위해서 정의로운 길로 걸어 나가길 기도했다. 어머니는 고려가 바로 서길 바랐다. 어머니는 백로가(白鷺歌)’에서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낸 까마귀 흰 빛을 새올세라/ 청강(淸江)에 좋이 씻은 몸을 더러일까 하노라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운명을 예상한 듯하다. 아들을 가슴에라도 뭍고 살았던 어머니. 백로가는 어머니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다.

고려의 어머니는 이처럼 정의롭고 강한 아들을 키워냈다. 불의에 물드는 것을 걱정했다. 정몽주는 조선 건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이방원이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부당한 타협에 선을 그었다. 정몽주는 이방원이 보낸 자객의 칼에 의해 선죽교에서 최후를 마감했다. 나이 쉰 여섯 때이다.

이미 세상은 먹구름에 싸여 나라는 기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더 이상 집을 나서는 아들의 발길을 돌려 놓기에는 늦었다. 만류하는 어머니에게 정몽주는 그 심경을 단심가로 답했다.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포은 정몽주는 마지막까지 고려를 선택하고 강한 고려의 부흥을 꿈꿨으나 이 꿈은 한 순간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정몽주가 죽은 3개월 후 이성계는 조선을 개국했다. 그 후 이방원은 두 번에 걸친 왕자의 난이란 피의 숙청으로 왕위에 올랐다. 훗날 역사는 정몽주를 만고의 충신으로 기록하고 있다.

시대는 바뀌었다. 일제강점기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생각한다. 조마리아 여사도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은 정몽주의 어머니와 다를 바 없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중국 하얼빈 역에서 독립을 위해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이 혐의로 안중근 의사는 이듬해 224일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최후를 맞았다. 이 때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감옥에 있는 아들에게 이런 편지를 남겼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약관 서른 한 살 아들에게 전하는 어머니 편지는 가슴이 무너지는 비장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장한 아들로 의로운 아들로 당당한 이 나라를 찾는 독립군의 아들로 가슴에 품고 싶었다. 안중근 의사는 사형 직전 조국 대한민국을 향해서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거든 내 시체는 아직 조국으로 옮기지 말고, 조국이 자유독립을 쟁취하게 되면 그때 조국으로 옮겨서 매장하여 다오.’

포은 정몽주의 어머니와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자식 사랑을 살펴 봤다. 두 어머니는 두 아들에게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부탁을 뒤로 하고 두 아들의 선택을 막지 못하고 최후를 마감했다. 우리는 대화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두 어머니 말씀은 산야에 붉어지는 시월 단풍보다 더 붉게 들리는 듯하다. 산자들에게 어머니 목소리 같다. 두 어머니 말씀은 오늘에 이르러서도 천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뮤니케이션으로 들린다.

채바다 chaibada@hanmail.net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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