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랜 고람신지” 제주어 속 민원인-공무원 ‘불통’
“뭐랜 고람신지” 제주어 속 민원인-공무원 ‘불통’
  • 김지우 기자
  • 승인 2018.10.0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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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에서 정작 제주어로 소통이 안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표준어가 익숙한 전입 공무원 및 20대 공무원들과 사투리를 쓰는 장년층‧노년층 민원인들 사이에서 ‘불통’ 사례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제주 출신 신규공무원 A씨(28)는 최근 민원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식은땀을 흘렸다. 며칠째 민원을 해결하지 못한 70대 어르신이 흥분한 채 자신에게 사투리를 쏟아 부으니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A씨는 “어르신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제로는 반만 알아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타지역 출신 공무원은 오죽할까. 제주도청 민원실 관계자는 “젊은 신규공무원의 경우 감으로 사투리를 얼추 알아듣기도 하지만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제주 출신 공무원들도 이러는데 타지역 출신들은 어려움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활한 민원 처리를 위한 제주어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도‧행정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사투리 교육은 전무한 상태다. 제주특별자치도 인재개발원에서 신규 임용자를 대상으로 ‘제주어의 이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사라져가는 제주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보존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교육이다.

반면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해 전입 경찰관이 증가하자 제주어 교육을 실시해 호응을 얻었다. 교육에 참가했던 한 경찰관은 “타 지역에서 온 경찰관들에게는 제주어가 생소하기 마련인데 상황별로 가장 많이 쓰이는 제주어를 익힐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실생활에서 제주어의 활용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영식 의원(더불어민주당‧연동갑)은 지난달 열린 제364회 제주도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제주어의 쓰임새와 사용도, 활용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제주어 사용을 권장하는 등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화와 저변화”라고 강조했다.

김지우 기자  jibrega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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