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제주어…각계 보존 노력 '눈길'
사라져가는 제주어…각계 보존 노력 '눈길'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8.10.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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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돌 한글날' 제주문화 새겨진 제주어 현주소
제주어 표현 들어간 간판 곳곳…관련 교육도 활기
"일상에서의 제주어 사용, 언어의 생명력 핵심"
오늘 제572돌 한글날을 맞은 가운데 최근 한글·제주어 등 순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외래·신조어에 밀려 실생활에서는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뽕그렝이 먹엉 갑써(넉넉히 먹고 가세요).”

9일 제572돌 한글날을 맞은 가운데 생소하지만 친근한 제주어 간판이 도민과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제주시 신성로 고산동산부터 제주종합경기장 사거리 구간 상가에는 제주어 문양이 들어간 90여 개의 제주어 간판이 걸려 있다.

이들 상가 간판에는 ‘오널 술 한 잔 합주(오늘 술 한 잔 합시다)’, ‘재기재기 혼저옵서(빨리빨리 어서오세요)’, ‘맛 좋은 궤기(고기)’, ‘코시롱한(고소한) 냄새’ 등 다양한 제주어가 적혀 있다.

이곳 뿐만 아니라 제주시 용담해안도로에 위치한 문화카페 ‘닐모리 동동’은 은 닐모리(내일 모레)와 동동(기다리는 모습)이 결합된 제주어로 구성돼 있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인근 골목길에도 ‘구쟁기(소라)’, ‘바릇괴기(바다고기)’, ‘둠비(두부)’ 등의 제주어를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도내 곳곳에 제주어로 된 간판이 자리잡고 있지만, 실생활에서의 제주어 사용은 줄어들면서 제주어는 소멸 위기에 처한 상태다.

유네스코는 2010년 12월 ‘소멸 위기 언어 레드북 홈페이지’에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등재했다.

제주도는 제주어 발전 기본 계획을 세와 사전 편찬 등 제주어 보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개정해 관광해설표지와 관광안내책자 등에 제주어를 병기하는 것 등이 그 노력이다.

제주어 연구 기관인 ㈔제주어연구소는 지난해부터 매주 금요일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주어 강의를 진행해 현재까지 100여 명이 제주어 교육을 수강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지난 8∼9월 서귀포시 서호동 본사에서 혁신도시 공기업 직원 등 700여 명을 대상으로 제주어 교육을 진행했으며 제주시 이도2동에 있는 3개 초등학교(남광·도남·이도초)는 지난해부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도전! 제주어 골든벨’ 행사를 열어 제주어 보전에 나서고 있다.

제주어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어에 남아있는 아래아(·) 등 훈민정음 창제 당시 고유한 글자 형태를 인터넷 환경에서 표기하고 검색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8일 오후 6시 현재 이 청원에 232명이 동의했다.

강영봉 ㈔제주어연구소 소장은 “제주어가 소멸 위기 언어로 등재된 후 보존, 교육이 진행돼 관심만은 높아졌다”면서도 “다만 현재 도민들의 언어생활에 제주어가 얼마나 녹아났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강 소장은 "언어의 생명력은 사용될 때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선 표준어를 쓰고 일상, 가정생활에서 제주어를 쓰는 이중 언어 사용이 제주어의 소멸을 그나마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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