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없는 섬, 제주’ 적절한 표현인가?
‘탄소 없는 섬, 제주’ 적절한 표현인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0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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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제주대 화학·코스메틱스 학과 교수/논설위원

48차 유엔 IPCC(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총회가 5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리고 있다.

이전 2015년 파리에서 열린 IPCC 기후변화협약에서는 21세기 말까지 온난화에 따른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고, 가능한 한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이처럼 전세계가 파리협정을 통해 의욕적으로 제시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류가 지금 같은 속도로 계속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0여 년 내 기후변화 억제 목표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유엔 전문기구 보고서가 이번 총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제주도에서 기후변화는 어떠한가?

지난 90년간 제주도 기온은 1.6도 상승해 세계 평균의 2배 수준이다. 해수온도 역시 1968~20061.2~1.6도 상승해 전국 평균의 0.93도보다 높고, 해수면은 1970~200722.6상승해 세계 평균의 3배 수준이다.

한라산 고산식물인 구상나무 군락이 최근 20% 가까이 고사하고, 연안 어종 절반이 이미 아열대성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제주도는 한반도 최전방에서 기후변화를 맞이하고 있고, 아열대화가 이미 깊숙이 진행돼 민감한 변화를 맞고 있다.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카본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2030’는 이러한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서 탄소 없는 섬, 제주를 표방하고 2030년까지는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예정이다.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고 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를 도입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함으로써 선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정책 덕분으로 일찍 바람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서는 이미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율의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고 부분적으로 풍력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

아직은 석유와 원자력 에너지가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미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13% 정도로 다른 지역보다는 훨씬 높은 편이며 2030년까지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지역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대체될 경우 연간 총 전력의 34% 정도를 전기자동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2030년 탄소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서 풍력발전은 현재보다도 3~4배로 더 증가된다고 한다. 이처럼 2030년까지 제주도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청정에너지를 보급해야 하고 풍력에너지와 전기차 확대는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나 이같이 탄소 없는 섬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용어에 다소 비과학적이고 혼란의 소지가 있음을 간과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구상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의 유기원소가 90%를 차지한다. 지표면의 모든 생명체들은 이 원소들로 이뤄진 유기체이고 이 성분은 모두 탄소 기반의 유기화합물로 구성된다.

따라서 탄소 없는 섬’, ‘탄소 제로 섬이라는 말은 자연과학 관점에서 보면 생명체와 유기체가 존재하지 않는 섬이라는 의미가 된다. 즉 탄소는 없고 암석이나 금속과 같은 무기물질만 존재하는 섬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카본프리 아일랜드는 이산화탄소를 발생하지 않고 이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로운 섬의 의미라야 할 것이다.

따라서 탄소 없는또는 탄소 제로라는 용어는 카본프리의 지나친 비약이며 과학적 시각에서 다소 부적절한 표현인 것이다.

이러한 용어들이 더 고착되기 전에 적절한 표현을 정리하고 정립함으로써 차후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예방하려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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