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뿔소라 화장품 어떠세요!
제주 뿔소라 화장품 어떠세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0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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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구 제주대 화학·코스메틱학과 교수/논설위원

20대 자취시절, 뿔소라 껍질에 귀를 가져다 대고는 고향의 바다 소리를 그 껍질에 담아뒀다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뿔소라를 구워서 건더기는 안주로, 흘러나오는 소라액은 소주에 섞어 마시길 좋아하는 중년이 됐다.

소라는 길쭉하게 뿔이 있고 단단한 껍데기를 가진 뿔소라와 뿔이 없고 볼 부분이 넓은 참소라로 나뉜다. 제주처럼 파도가 거친 암초에서 자란 뿔소라는 남해안 소라에 비하면 뿔 부분이 훨씬 크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뿔소라를 조쿠쟁기(자잘한 것)’, ‘쏠구쟁기(중간크기)’, ‘문둥구쟁기(큰거)’ 등 크기에 따라 달리 부르곤 했다. 고려 문종 때 기록을 보면 뿔소라를 나육(螺肉·달팽이의 나선형 모양을 닮은 활소라를 육포처럼 말린 것)이라 부르며 조공으로 바친 기록도 있다. 가히 오랜 시절 제주와 함께한 우리의 대표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최근 제주 활소라의 수매단가가 5년간 19.1%가량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어 해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는 제주활소라 생산량의 80% 정도가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2014년부터 지속된 엔저현상과 일본 내 소라 생산량 증가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연구원 한승철 박사의 제주활소라 고부가가치화 연구에 따르면 실제적으로도 2015100억원까지 육박했던 뿔소라 소득액은 지난해 8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고, 일본 수출의 경우 2005년 수출량 1395t, 수출금액 7495000달러에서 최근 3년간(2015~2017) 수출량 1144~1421t, 수출금액 471~4865000 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주연구원은 제주해녀의 소득증대 방안으로 제주 뿔소라 브랜드화, 지리적 표시제, 해외시장 개척, 요리 개선, 가공식품 개발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손자병법 허실(虛實)편에는 물에는 고정된 모습이 없다는 뜻의 수무상형(水無常形)’이란 말이 나온다. 틀에 박힌 고정된 생각에 머물지 말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엉뚱한 상상인지는 모르나 제주 뿔소라 소비를 왜 식품 분야에 한정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먹는 것 이외에 다른 소비 형태는 없는 것일까?’란 생각을 해 본다.

뿔소라에는 피부 건강과 관련된 기능성 성분들이 다량 함유돼 있다.

첫 번째는 야근·음주·흡연·스트레스 등으로 피곤해진 몸의 활력을 되찾아 주는데 뛰어난 효능이 있는 타우린이다. 글로벌기업인 로레알은 이런 타우린을 남성 화장품의 주요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두 번째는 노화방지 원료인 레티놀이란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비타민A. 비타민A는 진피와 표피층의 잔주름을 예방하고 피부의 각질화를 방지하며 피부 재생을 촉진시켜 피부를 젊고 매끄럽게 한다.

세 번째는 아르기닌 및 라이신 등의 필수아미노산이다. 산화방지 효과가 뛰어난 아르기닌는 영양분을 유지시키고 피부를 매끄럽게 해줘 건강한 피부를 가꾸는데 도움을 준다. 라이신도 우수한 헤어 컨디셔닝 역할을 통해 생기 있는 모발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네 번째는 DHA. 이 성분은 혈액 내 건강한 중성지방과 혈액 흐름 유지에 도움을 줌으로써 건강한 얼굴색을 유지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콜라겐 및 비타민E, 아연 등이다. 이 성분들은 피부 속에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해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내용 중 적벽대전(赤壁大戰) 장면을 보면 제갈공명은 빈 배를 출정시켜 조조 군사들로 하여금 화살 십만개를 쏘게 하고 그 화살을 재활용해 조조의 대군을 격파한다.

이렇듯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전략을 무중생유(無中生有) 전략이라고 한다.

제주 화장품산업이 그러하다. 2004년 당시 거의 찾아볼수 없었던 제주 화장품기업은 기업 유치와 창업 유도를 통해 올해 현재 180개사에 육박하고 있다.

선태사해(蟬蛻蛇解)’, 매미가 껍질을 벗고 뱀이 허물을 벗듯 제주 뿔소라의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낡은 관행과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 시작점에 화장품산업도 동반자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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