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의 천사
백의의 천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10.0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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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늘 상냥하고 온화한 얼굴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백의의 천사,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쉬지 않고 일주일에 세 번을 방문하여 중증환자가 된 어머니를 보살피기 위해서 오는 우리 집 간호사가 그렇다.

열을 체크하고, 혈압을 체크하고, 소변 줄과 콧 줄, 허리에 찬 배변주머니 점검이 끝이 나면 다리를 마사지 한다. 보호자도 꺼려하는 배변냄새와 소변 줄 끼울 때의 더러운 냄새까지도 추접하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킁킁 냄새를 맡으며 배출물이 이상은 없는지 확인 하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고 존경스럽다. 간호사가 올 적마다 행복의 미소를 띠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식구들은 안정을 찾는다.

우리는 흔히 백의의 천사를 나이팅게일이라 하지 않나 싶다. 1854년 크림전쟁 때 영국정부에서 요청을 받아 온화하게 환자를 돌보는 일을 맡았던 이탈리아 귀족에서 태어난 여성 간호사를 미화하여 하는 말이다.

우리 집에 방문하는 간호사를 보면 항상 나이팅게일을 떠오르게 된다. 언제나 웃음으로 환자를 대하고, 초조하고 두려움에 고심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보호자들이 마음이 아파할 때는 다른 환자의 상태와 힘들게 간병하는 이들을 이야기하며 연세 드신 어머니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위로를 해준다. 숭고한 간호사의 역할을 다해줌에 참으로 감사하다.

우리 집 간호사와 인연이 된 것은 어머니가 병원에서 퇴원 하자마자 병원 측에서 방문간호사 지시서를 써준 덕분이다. 지시서를 갖고 보건소에 연락하면 보건소에서는 장기요양기관과 연결시켜준다. 물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어르신 장기요양등급에 한해서 주어지는 혜택이다.

간호사가 우리 집에 방문하고 있는지도 이제 3년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어떻게 보면 식구나 다름이 없다. 배려의식을 바탕으로 모름지기 몸에 베인 우리 집 간호사, 이러한 사람을 두고 공자와 맹자는 수신(修身·守身)이라 했나 보다. 닦을 수() 몸 신() 지킬 수() 몸 신() 자신을 닦고 지켜서 헌신(獻身)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이다. 이러한 사람은 선하고 후덕하다. 그런 까닭에 헌신하는 사람은 희생할 줄 안다고 한다. 그러므로 헌신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모든 이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우리 집 간호사가 그런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헌신적이다. 이처럼 성찰하는 사람은 정직하다. 정직한 사람은 성실하다. 성실한 사람은 신중하다. 그리고 신중한 사람은 검소하다. 남을 위하여 마음을 쓰고 시간을 내 기꺼이 협동하는 마음가짐, 우리 국민 모두가 헌신적인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가을 귀뚜라미 소리가 요란하다. 우리 어머니를 향해 재촉하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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