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넘치면 탈이 난다
모든 게 넘치면 탈이 난다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09.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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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시대(過剩時代)라고들 한다.

물질이 넘쳐나 세상이 피폐해지고, 생각이 넘쳐 정신이 산만해지고, 정보가 넘쳐 정서가 피로해졌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많음을 집요하게 추구할까.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정말 맞는 말인가.

실제로 보면 많은 게 적은 것보다 좋지 않은 경우가 많고, 적어서 입은 피해보다 많아서 입은 피해가 더 크기도 하다.

물을 적게 주어 시든 꽃은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물을 많이 주어서 시든 꽃은 살리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 적게 마시고 적게 먹으면 탈이 나지 않는다. 과음, 과식으로 탈이 난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옛날. 그런 부족시대(不足時代)가 오히려 행복지수는 더 높았다. 과다(過多)는 모자람 보다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세상 이치다.

 

바람과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는 말은 옛 말이다.

이제는 카페, 렌터카,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많다는 () 삼다(三多)’라고 한다. 제주도에 이주하는 사람이 많아서인가. 먹고 살 일을 찾기가 힘들어서인가. 한 집 건너 카페고, 동네에도 여기저기 카페다. 도시 외곽으로 나가도 산 길이나 바다 길이나 곳곳이 다 카페다.

현재 도내에 영업 중인 카페는 883개소다. 그러니 카페 주인들의 눈물은 언제 마를까. 하루에 1~2개소가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면서 눈물이 더해지는데.

렌터카도 현재 33300여 대가 영업 중이다. 인구 20명 당 렌터카 1대꼴이니 긴 설명 안해도 알 사람은 다 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보고 운전자들이 아 호씨네, 허씨네하면 그건 렌터카들이다. (렌터카들은 차량 번호판을 달고있다) 렌터카를 일렬로 세우면 제주도 한 바퀴를 돌고도 훨씬 넘는다고 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도내 렌터카 7000대를 줄인다는데 제대로 될까.

 

세 번째로 많은 게 불법 체류자다.

무비자로 제주도에 입국한 뒤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을 말한다. 이들이 넘쳐나다 보니 몰래 육지로 가는 이도 급증하고 있다. 7월까지 비자 없이 제주에서 육지로 숨어들다 붙잡힌 외국인(브로커 포함)50명에 달했다. 승합차 지붕 위 짐칸이나 물을 뺀 활어차 수조에 숨는 등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해안 마을 소규모 어항이 제주도를 벗어나는 루트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2002년 특별법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으나 불법 체류 외국인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2011년만 해도 불법 체류자는 282명에 불과했으나 올 7월 말 1만명을 넘었다.

불법 체류자가 늘면서 제주에서 검거된 외국인 범죄자는 2013299명이었는데 지난해엔 644명으로 증가했다.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는 ‘3(三無)의 섬에서 주민들이 밤길 다니기를 꺼리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고 무비자 제도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다.

 

수진신록(修眞神錄)에는 일상 생활 속에 적게 하며 살아야 할 4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배 속에는 밥이 적고(肚中食少), 입 속에는 말이 적고(口中言少), 마음 속에는 일이 적고(心頭事少), 밤 중에는 잠이 적어야(夜間睡少)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네 일상은 이와 반대인 것 같다. 푸짐한 먹거리에 뱃속은 항상 가득 차 있고, 내 주장과 내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내 말을 많이 하고, 머릿속은 항상 일 생각으로 복잡다난하고, 잠은 피곤에 지쳐 수면시간만 길 뿐 건강한 잠을 자지 못한다. 이 모두가 과다(過多)에서 오는 것이다.

그래서 온 세상이 여기 아프고 저기 아픈 환자뿐인가 보다.

우리 정치도 그렇다. 역대 정권이나 정치지도자들이 한결 같이 실패를 거듭한 이유는 단 한가지. 지나친 집권욕, 지나친 성취욕과 같은 과다(過多)가 원인이라 하겠다.

모든 게 넘치면 탈이 난다. 그게 역사의 교훈이다. 한 쪽에선 남북이 평화가 온다고 목소리 높이는 사람이 많고, 한 쪽에선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울상을 짓는 사람이 많았던 추석에 생각난 말들이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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