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 사원의 美, 여기서 찾다
남인도 사원의 美, 여기서 찾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9.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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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53)삶의 원초적 모습을 지닌 남인도를 찾아서(12)-첸나케사와 사원
인도 솜나트푸르에 있는 첸나케사와 사원. 남인도의 여느 사원들처럼 정문에 고푸람(Gopuram·탑문)이 없다. 대신 사원 위로 탑처럼 생긴 세 개의 지붕이 올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자그마한 사원이지만 생각보다 웅장한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인도 솜나트푸르에 있는 첸나케사와 사원. 남인도의 여느 사원들처럼 정문에 고푸람(Gopuram·탑문)이 없다. 대신 사원 위로 탑처럼 생긴 세 개의 지붕이 올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자그마한 사원이지만 생각보다 웅장한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인도 사원의 건축 양식은 두 가지 전형적인 양식과 그 혼합 형식이 있답니다.

하나는 북인도 또는 아리안적인 나가라(Nagara)양식이며, 다른 하나는 남인도 드라비다인의 비마나(Vimana)양식입니다. 그리고 두 양식이 혼합된 형태가 데칸고원의 베싸라(Vesara)양식이랍니다.

남인도의 드라비다적인 사원들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견고한 사원도시로 발전했습니다. 사원의 탑은 방위에 피라미드 모양으로 솟아 수평적으로 정리돼 있고 반원형 모양의 덮개가 그 위에 얹어져 있습니다. 주변에는 화려한 조각이 층을 이루고 있고 육중한 문과 직사각형 벽으로 된 수많은 건물이 사원을 구성한답니다.

주신과 그의 비()인 샥티(Shakti), 그리고 탈 것인 바하나(vāhana)와 주신의 권속들을 모신 성소가 있으며 예배당은 대부분 기사나 뒷다리로 일어선 준마, 신화적 존재들이 조각된 수백개의 기둥으로 받쳐져 있습니다.

사원 내부 중앙 벽면에 조각된 신상.
사원 내부 중앙 벽면에 조각된 신상.

 

이번 여행길에 둘러본 남인도의 사원들은 대체로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프리즈(frieze·건물 지붕과 기둥 사이 공간에 들어가는 부조 형태의 조각)’ 때문이었습니다. 프리즈의 조각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 해 건물들이 조금씩 달라 보였던 것 같습니다.

앞서 들렸던 사원들도 특색 있는 조각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차량을 타고 이동할 때 사전설명을 자세히 듣지 않아 그 중요한 조각들을 스쳐 지나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가고 있는 첸나케사와 사원은 규모는 작지만 아담하면서도 정교한 조각들로 가득한 곳이랍니다. 이 사원은 몇 년 전 송재중 선생이 우연히 들렸다가 아름답고 완벽하게 보존된 모습에 감탄했다고 해 이번 여행 코스에 넣었다고 합니다. 국내에 들어온 후 여러 방면으로 이 사원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으나 별로 신통한 것이 없군요.

인도는 지명과 사원들 이름이 비슷해 여행자들이 혼란을 겪고는 합니다. 지난 14일자 게재된 첸나케사바 사원은 호이살라 왕조의 수도였던 벨루르에 있는 것으로 이곳 첸나케사와 사원과 그 이름이 비슷합니다.

첸나케사와 사원은 솜나트푸르(Somnathpur)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있습니다. 이슬람 세력의 침략을 피하기 위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 숨겨진 곳에 세웠다는군요.

어제 사원 3곳과 박물관을 돌아보는 강행군을 벌였지만 오늘 또 다른 미지의 성지를 찾는다는 설렘에 지친 줄도 모르겠네요. 수많은 신들이 있는 나라, 인도는 오래 기억할 것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힘들고 지루할수록 그 여행에서 얻는 것들이 매우 크다는 게 오지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점입니다.

덜컹거리는 길을 얼마간 달리자 어느 덧 조용한 시골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거대한 고목이 몇 그루 서있는 사이로 첸나케사와 사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그마한 사원이라 들었는데 막상 밖에서 보니 꽤 크게 느껴집니다.

사원 내 조각들이 파손되지 않고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사원 내 조각들이 파손되지 않고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남인도 사원들이 그렇듯 이 사원도 정문에 고푸람(Gopuram·탑문)이 없습니다. 정문을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 커집니다. 검은 색 탑 모양 지붕이 3개 있는데 언뜻 봐도 사원 전체가 조각들로 이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적한 시골이라 관광객들은 찾아 볼 수 없고 인도 사람 몇몇이 사원을 둘러보고 있네요. 남인도에 와서 처음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 사원을 관람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 저기 다니며 여러 조각들과 사원 곳곳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탑 모양을 한 지붕까지 빈틈없이 크고 작은 조각들로 장식돼 있어 신비로운 느낌까지 자아냅니다. 사원 외벽은 긴 회랑이 이어져 있는데 그 곳에도 신들을 모셔 기도처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사원 안에는 커다란 원형 기둥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고 그 가운데 신상이 서 있네요. 사원 중심부 천장의 여러 조각들 중 중심축처럼 보이는 것이 눈길을 끌어 설명을 듣고자 했는데 마침 가이드를 찾을 수 없네요. 뭔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알 길이 없어 아쉽군요.

멀고 험한 길이었지만 이 곳에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사원들보다 규모는 작지만 가장 섬세하고 또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어 무척이나 중요한 문화유산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귀한 사원을 봤다고 생각하니 돌아가는 길이 상쾌하고 즐겁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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