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비 위한 105년 役事, 예술이 되다
왕과 비 위한 105년 役事, 예술이 되다
  • 제주일보
  • 승인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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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52)삶의 원초적 모습을 지닌 남인도를 찾아서(11)-호이살레스와라 사원
인도 할레비드(Halebid)에 있는 호이살레스와라(Hoysaleshwara) 사원 모습. 호이살라 왕조의 왕과 왕비를 위한 전용사원으로 무려 105년에 걸쳐 세워졌다고 한다.
인도 할레비드(Halebid)에 있는 호이살레스와라(Hoysaleshwara) 사원 모습. 호이살라 왕조의 왕과 왕비를 위한 전용사원으로 무려 105년에 걸쳐 세워졌다고 한다.

 

인도에는 33000만의 남신과 여신이 있다고 합니다.

18000의 신이 있는 제주를 신들의 고장이라고 하는데 인도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이 있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남인도 곳곳을 다니며 수많은 사원을 찾아다녔습니다. 비슷하면서도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힌두 사원은 신들의 거처이자 신과 인간, 차안(此岸·나고 죽고 하는 고통이 있는 이 세상)과 피안(彼岸·사바세계의 저 쪽에 있다는 정토)이 만나는 장소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건축학적으로도 빼어난 주요 사원들의 탑들은 우주의 축인 신비스러운 산 메루(Meru)’를 상징한다고 하네요.

오늘 하루에 사원 세 곳을 둘러본다고 새벽부터 길을 나서 첫 번째 방문지인 호이살레스와라(Hoysaleshwara) 사원에 도착했습니다.

인도 할레비드(Halebid)에 있는 호이살레스와라(Hoysaleshwara) 사원 내부 모습. 호이살라 왕조의 왕과 왕비를 위한 전용사원으로 무려 105년에 걸쳐 세워졌다고 한다.
인도 할레비드(Halebid)에 있는 호이살레스와라(Hoysaleshwara) 사원 내부 모습. 호이살라 왕조의 왕과 왕비를 위한 전용사원으로 무려 105년에 걸쳐 세워졌다고 한다.

이쯤 되니 아무리 유명한 사원이라고 해도 처음처럼 흥분이 되지는 않는군요.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전날 찾은 첸나케사바(Chennakeshava) 사원에서 봤던 조각들이 자꾸 떠오르네요. “여러 곳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한 곳이라도 자세히 봤으면 좋겠는데되뇌어 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힘들게 온 여행인데 주마간산 격이라도 한 곳이라도 더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여행자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호이살레스와라 사원이 있는 마을 할레비드(Halebid)는 본래 도라사무드라 불렸답니다. 1311년 델리의 술탄 알라웃 딘 칼치가 침입해 죽음의 도시로 만들어 버렸고 이때부터 페허의 마을’, 즉 할레비드라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작은 마을이지만 12~13세기 때는 호이살라 왕조의 수도로 번창했던 곳이라는군요.

호이살레스와라는 먼저 봤던 다른 사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입구에 거창한 고푸람(Gopuram·탑문)도 없고 검은 색조 띤 아담한 석조건물 형태로 넓은 초원 위에 들어서 있습니다.

만다파(Mandapa)의 문 좌우에 조각된 수문신.
만다파(Mandapa)의 문 좌우에 조각된 수문신.

이 사원은 시바를 모시고 있으며 비슈누발다나왕 재임시절인 1121년 왕과 왕비의 전용 사원으로 세워졌다고 합니다. 완성하는데 무려 105년이 걸렸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사원인데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렸을까하고 은근히 기대하게 되네요.

밖에서 볼 때는 자그마한 사원인 듯 했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비슷한 형태를 한 건물 2개가 마주 보고 있고 또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만다파(Mandapa·예배를 준비하는 공간)와 비마나(Vimana·본전 성실), 그리고 난디(Nandi·시바 신이 타고 다녔다는 황소) 사당이랍니다.

사원에 가까이 다가서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첫 입구부터 눈을 휘둥그렇게 만드는 조각들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만다파 계단을 오르니 문 좌우로 수문신이 조각돼 있는데 호이살라 양식의 야크샤(Yaksa), 야크시(Yaksi)라고 설명하네요. 이들은 기원전부터 인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정령으로 고대부터 불교 조각에 등장하며 후대에 자이나교에서 수문신으로 고착됐다고 합니다.

어두컴컴한 실내에 들어서니 온통 검은 색 조각들입니다. 호이살라 식 거대 기둥과 넓은 회랑이 인상적인데 성소에는 검은색 링가(linga·인도에서 숭배되는 남근상)가 눈길을 끕니다.

인도 사람들은 검은 색이 시바를 상징하는 색이라 여겨 링가나 난디 등의 석상에 자주 사용한다고 하네요.

실내가 너무 어두워 사진을 찍기가 어렵군요. 그렇다고 플래시를 터트릴 수도 없는 일이고.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와 사원 벽면을 보는데 호이살라 왕조의 다른 사원들처럼 부조가 가득합니다. 상당수가 부서져 있는데 이슬람 세력의 침략으로 파괴됐다고 하네요.

사원 벽면에는 수많은 조각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는데 상당수가 파손됐다. 과거 이 지역을 침략한 이슬람 세력에 의해 파괴됐다고 한다.
사원 벽면에는 수많은 조각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는데 상당수가 파손됐다. 과거 이 지역을 침략한 이슬람 세력에 의해 파괴됐다고 한다.

함피 등 남인도에 있는 대부분 사원과 왕궁 유적들은 이슬람 세력에 의해 크게 파괴된 곳이 많다고 합니다. 그들은 왜 이렇게 무자비한 파괴 행위를 했을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네요.

사원 벽을 장식한 조각들은 마시 시공을 초월한 활동사진을 보는 듯합니다. 흥을 돋우는 무용수와 악사들, 코끼리와 말 등을 타고 환호하는 무사들.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춤을 추는 무희와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 조각.
춤을 추는 무희와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 조각.

사원 옆으로 박물관이 있다고 해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발걸음을 옮겨 찾아가 보니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외형부터 참 초라하네요. 우리나라 박물관과 비교하면 너무 빈약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내보다는 실외에 전시물이 더 많은 듯합니다. 전시물의 대부분은 이슬람 세력에 의해 파괴된 왕궁 유물과 사원의 조각들입니다. 개중에 아주 귀중해 보이는 유물도 더러 있어 보이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모습입니다.

하기야 길거리마다 유물이 널려 있다는 인도이니, ‘이것 정도야할 수도 있겠네요. <계속>

말과 코끼리를 타고 있는 무인들 조각.
말과 코끼리를 타고 있는 무인들 조각.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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