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섬에서 오래 산들 무슨 의미있나
치매 섬에서 오래 산들 무슨 의미있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9.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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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사연은 찡하다.

낼 모레가 80세인 남편은 가족을 몰라보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아내 앞에서 무기력했다.

자신도 아파오자 자식에게 짐만 될 것 같아 황혼의 나이에 비극적 선택을 했다. 아내의 목을 조르고 독극물을 마셨다. 운명은 얄궂었다. 자신만 살아남아 법정에 섰다.

이런 비극은 이 부부만의 일이 아니다. 환갑 아들은 80대 부모 수발을 하다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고, 치매 부모 부양 문제로 형제자매가 원수가 되기도 했다. 긴 병에 백년해로도, 효자도 없다는 게 빈 말이 아니다.

이처럼 치매 환자 가족들의 고통은 눈물겹다. 아름답지 못한 통계지만 제주는 온 섬이 치매환자 병동(病棟)이라 할 만하다. 치매 유병률(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환자 비율)이 전국 최고다.

연도별 치매 유병률을 보면 201210.61(전국 9.18), 201310.81(9.39), 201411.02(9.58 ), 201511.41(9.79), 201611.77(9.99), 201712.13(10.18)로 매년 전국에서 가장 수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8일 기준으로 제주의 치매 유병률이 12.46을 기록했다. 전국 10.32보다 2.14% 포인트 높은 수치다.

더욱이 8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무려 47.11. 85세 이르면 노인 절반 가량이 치매를 앓는다는 얘기다.

이런 치매 병동이 된 섬에서 장수(長壽)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치매 문제는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하루가 다급하고 절실하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포하자 국민이 박수를 친 것이 그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수혜 대상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장기요양등급 확대 내용은 물론 지원의 구체적 시행시기와 적용 대상은 감감하다. 국가책임제라는 말이 무색하다.

지난해 제10회 치매극복의 날을 앞두고 정부 홍보를 위해 이벤트성으로 기획됐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오늘은 제11회 치매극복의 날이다.

치매는 흔히 우리가 노망이라 부르는 노인 불치병이다. 21세기의 천형(天刑)이라고 할 정도로 환자와 가족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런 점에서 치매환자를 국가가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문제는 재원이다. 재원을 대줄 납세 계층은 급감하고 성장동력이 꺼져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치매를 국가가 책임지기 위한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정부는 갑갑할 것이다. 하지만 치매 가족의 기대감만 높이고 실질적 국가 책임을 다 하지 못한다면 희망 고문이라는 비난만 더 커질 것이다.

치매 국가책임제에 대해 란 말이 나오기 전에 면밀한 재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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