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
시작과 끝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09.1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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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아직 인생을 논할 나이는 아니지만 짧은 삶을 살아오면서 배운 것은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으며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냐가 중요하다는 점은 익히 배웠다.

기자도 사회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자로서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은 기사를 쓴다는 것이 진짜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그날 발생한 사회 현상에 대해 기사를 쓰는 것은 담당 출입처에서 보도자료도 나오고 참고할 자료들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획 기사를 맡게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솔직히 기자는 기획기사를 잘 쓰지도 못 하고 의도적으로 기획기사를 피하기도 한다. 장기 기획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전 준비와 자료 수집이 필요하며 약속된 날짜에 그 기사를 마감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또 본인이 계속해서 써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필력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똑같은 문장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웃음거리가 되기 쉽상이다.

본지는 오는 10월 1일이면 창간 73주년을 맞는다. 73년이란 세월을 거치며 제주의 역사를 기록했고 수 많은 사연들이 본지 지면을 통해 알려졌다. 이와 함께 많은 기획 기사들이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읽혔다. 지난 16일자 본지 10면에는 또 하나의 제주일보 역사가 새겨졌다. 이날 10면 기획면의 제목은 ‘‘제주다움’의 속살들, 그 길에 있더라…’이다. 본지 김창집 객원 大기자의 ‘김창집의 올레이야기’ 가 82주라는 대장정을 끝내는 마지막 기사였다.

2017년 1월 2일자 본지는 신년호를 발행하면서 16면에 ‘제주 올레의 시작, 26곳 아름다운 길의 출발점에 서다’라는 제목을 ‘김창집의 올레이야기’ 첫 회를 게재했다.

솔직히 당시 그 기사 게재가 결정됐을 때 ‘언제까지 할 수 있겠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제주 올레 전 코스를 직접 찾아가 매주 기사를 쓰겠다는 노(老) 선배의 결정에 한동안 쓰시다가 말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82주가 지난 지금 기자는 대선배의 노력과 열정에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매주 월요일 12시가 되면 기사를 전송했다는 선배의 연락 메시지를 받으면서 수 많은 반성을 했다. 본지의 지면 사정 상 게재가 연기됐지만 선배는 매주 기사를 마감했다. 심지어 외국 여행을 가기 전에는 미리 기사를 송고해 놓기도 했다. 그런 선배의 노력은 본지 지면을 충실하게 제작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보통 기획기사는 첫 회는 그 기사에 대한 소개로 시작을 한다. 그런데 ‘김창집의 올레이야기’ 첫 회 첫 문장은 ‘올레길을 걷기 위해 제1코스 표지판 앞에 섰을 때, 불현듯 떠오르는 분이 있었다’이다. 군더더기 없이 바로 올레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왜 이 기사를 쓰는 지, 어떻게 쓸 지에 대한 사족없이 바로 올레길에 대한 소개로 시작을 했다. 이후 82회까지 선배는 정규 21개 코스, 개별 5개 코스와 B코스까지 직접 걸으며 제주의 역사와 전설, 자연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선배는 지난 18일자 기사에서 “어떤 때는 필자이 역량이 모자라서 어떤 때는 지면이 한정되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하기도 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결코 역량이 부족하시지는 않았다. 다만 지면이 한정돼 모든 이야기를 담지 못 했을 뿐이다. 하지만 대선배의 필력은 한정된 지면에 모든 이야기를 담아냈다.

선배의 글을 읽으면서 몰랐던 제주의 역사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고 기자의 게으름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었다. 지면을 빌어 대선배께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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