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천과 음주청정지역
산지천과 음주청정지역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8.09.19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지천 일대는 제주의 대표적인 친수공간이다. 역사적으로 제주문명교류의 발상지였던 이곳이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성매매와 음주퇴폐의 일그러진 상징공간으로 전락했다.

1980년대 산지천 주변에 불법 성매매 집결지인 속칭 산지촌이 생겼다. 젊은 남성들은 이곳을 지나다가 총각! 놀다 가라던 중년여성의 호객행위에 불쾌함을 경험하거나 전해 들었다.

산지천 일대는 무질서와 범죄가 난무하는 무법천지로 악명 높았다.

탐라문화광장은 산지천 일대의 다른 이름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65억원을 들여 산지천을 생태하천으로 정비하고 주변에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한 게 탐라문화광장이다.

만남휴식공간으로 조성됐지만 간간이 행사가 열릴 뿐 시민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음주소란 행위는 더 심각해졌다. 노숙주취자의 아지트가 된 지 오래다. 대낮에 술 취한 노숙자들이 싸우고 행인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시비 거는 게 다반사다.

탐라문화광장이 도내 첫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된다. 음주행위가 금지되는 것이다.

지난해 제정된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가 근거다. 문제는 과태료 부과 등 처벌조항이 없는 점으로, 조례 제정 때부터 상위법에 근거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단속 장치는 미흡하지만 행정당국 의지에 따라 음주행위 근절을 향한 성과는 상당부분 달라질 것이다. 탐라문화광장을 노숙자에게 빼앗겼던 도민들도 그동안 노숙자들의 일탈과 행패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당국이 적극적인 관리에 나선다니 일단 지지하는 분위기다.

탐라문화광장의 정상화는 원도심 활성화나 제주 정체성 회복에도 도움이 될 일이다.

과거 교역물류 중심지란 화려했던 역사를 뒤로한 채 성매매와 음주, 폭력의 난장판으로 추락한 흑역사를 가진 산지천이 쾌적한 음주청정지역으로 새롭게 변모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