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정화야, 나 큰언니 정옥이야.
너무 보고 싶다.
나는 지금도 너와 금강산에서 찍은 사진을 보는 일로 하루를 보내고 있어.
너와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때가 많아.
제주도에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너에게 이 편지를 보내고 우리가 또 만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대통령에게도 편지를 쓸 참이야.
내 동생 정화를 제주도에서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어릴 적 같이 고구마 심었던 밭에도 가고, 부모님 산소도 찾아뵙고, 고향 관광도 시켜주고 싶다고 말야.
하늘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땅에 있는 사람인데, 자유롭게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참 슬프다고.
오늘 TV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보는데 환영 인파 중 혹시 네가 있을까 찾아 봤어.
TV에서 두 정상이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생전에 너를 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어.
언니는 너를 만날 수 있다면 100년, 200년도 기다릴 수 있어. 그러니 꼭 제주도에 와.
제주도에 오면 언니가 많이 안아 줄게. 맛있는 것도 많이 해 줄게.
이 편지를 받게 되면 꼭 제주도에 와야 해, 알았지?
2018년 9월 제주도에서 정옥이 언니가.
*이 편지는 제주도 애월읍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 강정옥 할머니(100)가 평안남도에 거주하는 동생 강정화 할머니(85)에게 쓴 실제 편지 내용과 18일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자택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강정옥 할머니는 1948년 방직공장에 간다며 서울로 올라간 동생 강씨와 헤어졌고, 6·25 전쟁 이후 동생과 연락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강 할머니는 동생을 찾기 위해 김대중 정부 당시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상봉 대상자에서 번번이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붘녁의 동생이 강 할머니를 찾았고, 강 할머니는 동생과 헤어진 지 70년만인 지난달 24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동생 강정화씨를 만났습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