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가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갑자기 사표를 냈다고 하니 무슨 일인가 했다.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슴이 먹먹했다.
회사 월급이 그리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부인이 가게를 운영하는 데 직원 임금이 부담이 돼서 같이 도와주는 게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선배는“정년이 4년 정도 남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 판단이 최선이다“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표정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소장 홍성희)가 최근 발표한 ‘8월 제주특별자치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도내 고용률은 68.1%로 전년 동월 대비 2.6%포인트 하락했다.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는 비임금 근로자가 12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1000명(9.7%)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자영업자는 10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늘어났다. 특히 임금을 받지 않고 가족의 사업체에서 일하는 무급 가족종사자도 2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5%(8000명)이 늘어났다. 선배 역시 무급 가족종사자 통계에 포함됐을 것이다.
반면 도내 임금근로자는 24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25만8000명보다 1만4000명(-5.5%)가 감소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정책에 놓고 왈가왈부 말이 많다. 통계를 놓고 여야가 날선 공방도 벌였다. 경제 현상의 원인을 단편적으로 무엇이라고 꼭 집어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근로자들이다. 큰 이익이 나지는 않는 가게지만 유지하기 위해 임금근로자의 위치를 버려야 하는 현실은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언제 우리나라 경기가 좋은 적이 있었느냐. 늘 위기였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지만 제주경제는 진짜 위기인 것 같다. 그런데 제주도의 일자리 정책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