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를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처럼
비자림로를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처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9.17 1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우종 서울도민회 신문 편집위원장·문학박사·논설위원

우리나라는 각 지역마다 아름다운 숲길과 가로수 길들이 있어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요새는 그런 곳들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명소로 널리 알려지면서 현지인보다 외지인들이 더 찾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로 유명한 곳 중 하나가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다. 길 양편에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그 사이로 보이는 파아란 하늘은 보기만 해도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진다. 여유롭게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도심생활에서 찌든 때를 어느 새 말끔히 가시게 하는 마법 같은 길이다.

우리 제주에도 이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숲길들이 많다. 그 중 여행객들에게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곳은 메타세쿼이아처럼 외래종이면서 낙우송과에 속하는 삼나무가 심어진 숲길이다. 절물휴양림의 삼나무 숲, 교래리 삼나무길, 2002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제주 비자림로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슴 설레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비자림로 확장 공사로 인해 아름다운 길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벌목 작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긴 했지만 보전과 도로 확장을 둘러싼 이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양쪽을 다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보전과 도로 확장, 양쪽 모두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 다만 자연림이 아닌 인공림이라 베어내도 괜찮다는 논리가 일부 있는 모양인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 그 논리라면 외국인 관광객 130만 명을 포함해 연간 330만명이 찾는 북한강 남이섬의 트레이드 마크인 메타세쿼이아 숲길의 나무들은 베어내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없는 남이섬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인공림이라고 해서 마구 잘라내도 된다는 안이한 생각이 비자림로 삼나무 벌목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인공림이지만 이미 공공재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삼나무 가로수 길을 그런 잣대로 재단해선 안 된다.

또한 꽃가루로 인한 폐해를 들며 삼나무 벌목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는데 역시 그런 논리라면 도민과 관광객들이 힐링 장소로 많이 찾는 절물휴양림의 삼나무 숲이며, 사려니 숲길 입구의 교래리 삼나무 숲길도 그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인공림이어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어서, 외래종이어서 베어내도 된다는 궁색한 변명이나 지엽적인 논리보다 보전하자는 쪽과 도로 확장을 원하는 양쪽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필자가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1972년 담양군에서 국도 24호선 도로 양쪽 5구간에 5년생 묘목을 식재해 조성한 길이다. 이후 담양읍과 각 면으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에 지속적으로 외래종인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식재 관리해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됐다. 그러다 2차선 국도의 교통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타세쿼이아 길은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담양군은 기존 도로 옆으로 새로 4차선 국도를 만들고 메타세쿼이아 길을 살려 주차장과 쉬어 갈 벤치까지 갖춘 산책로로 새롭게 단장했다.

그 결과 가로수 길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산림청과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 본부등에서 주관한 ‘2002 아름다운 거리 숲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 건설교통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의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2013년에는 10에 달하는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국립수목원에서 추천한 ‘5월에 나들이하기 좋은 전국 가로수길 15에 들기도 했다.

담양처럼 제주 비자림로도 삼나무 길의 일부 또는 전체를 산책길로 재탄생시키거나 예산 상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금의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하고 삼나무길 밖 반대편 방향으로 일방통행하는 2차선 도로를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일방적으로 감수하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울창한 나무들을 베어버리는 것도 행정 당국의 어려운 딜레마임을 충분히 이해한다. 양쪽을 모두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이 하루빨리 도출돼 갈등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